[디자인 칼럼] 미래를 바라본 리모델링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집 리모델링을 하려고요. 최대한 빨리 시작하면 좋겠는데…" 라며 연락 온 고객은 다른 업체에서 꽤 크게 돈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새집으로 이사한지 일년이 조금 넘은 분으로 우연히 나의 고객의 집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분이었다. 세를 주고 있던 집이 비어있고 그 집을 고쳐 이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사하신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같은 동네에 있는 집, 크기는 조금 더 작은 집이라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공사 경험과 인지도 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를 통해 리모델링한 고객이 왜 나에게 공사를 맡기는 것일까?

상담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명한 업체라 믿고 시작했고 트랜드라고 하니 따랐다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도 대부분 그 업체와 리모델링을 했고 한두 번 놀러 가 언뜻 보기에는 고급 자재에 돈을 쓴 티가 나고 그럴듯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수납공간도 부족하고 동선에 대한 배려도 없어 불편하고 자신은 화려한 디자인이 쉽게 싫증 나더라는 것이다.

한번을 고치면 오랜 기간 살게 되는 곳이 집이다. 지난 20년간 많은 고객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변함없이 하는 첫 질문이 있다.
"이 집에서 몇 년 정도 살 계획이신 가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수많은 SNS를 통한 정보의 홍수로 과거보다도 더 빠르게 트렌드가 바뀐다. 특히나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대중성이 강하고 거기에 익숙해져 버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놓치기 쉬운 환경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과연 안전한 선택일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이웃집의 디자인을 따라 하는 것이 매일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 필요한 답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의 트랜드보다 몇 년 앞선 디자인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디자인이어도 좋다. 내게 필요한 디자인이라면 더 좋다. 최소한 이미 지나가는 트렌드를 따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트렌드가 왔을 때 정말 그 집에 들어가기 싫어질 수도 있다.

리모델링하는 자체가 도전이다.
이왕 시작한 도전이라면 겁내지 말고 한두가지 정도는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후회 없는 도전이 될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길은 그렇게 험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실패하지 않기를 원한다. 조심하고 걱정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리모델링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시간에 대한 큰 투자이기에 그 사용자와 그 시간만큼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과정이 필요하다.

얼마전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미국인 노부부가 이번이 생애 마지막 리모델링이 되지 않겠냐며 집안의 모든 턱을 없애 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휠체어를 타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욕실도 배스텁을 없애고 샤워실로 만들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이런 생각은 들기도 전에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보다 더 건강해 보이셨는데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여기까지 읽고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미래를 내다본 리모델링이라는 오늘의 주제에서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두 가지 포인트를 알아냈을 것이다.
맞다. 디자인은 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이 함께 가는 것이다. 못생겨도 불편해도 실패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그 두 가지의 요소가 생명력이 너무 짧아도 투자에 실패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데빌 컨스트럭션 대표
디자이너 김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