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s Autumn Leaves
가을, 낭만 그리고 五色 의 로맨틱한 여행, 한국에서 만나는 가을 단풍
찬바람이 불고 산과 들이 색을 바꾸는 가을이 시작됐다. 시간을 따라 여러가지 아름다운 색을 덧칠해가는 가을 산을 찾아 여행하다 보면 낭만 넘치는 풍경 속으로 흠뻑 취해버리게 되는 계절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낙엽은 깊이가 있는 계절 속에서 따뜻함과 쓸쓸함을 공존하게 하며 우리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소중했던 추억을 그리고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가을 단풍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올해는 그리운 한국의 단풍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다채로운 가을 풍경 속으로 기꺼이 몸을 풍덩 던져보자. 언제나 그렇듯 가을은 우리에게 풍경을 즐기는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 모쪼록, 지금 이 가을이 그대에게 짧지 않은 순간이기를.
가을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
강원도 설악산
남설악 주전골 계곡
깊은 계곡의 맑은 물과 폭포, 계곡 뒤로 펼쳐진 기묘한 형상의 바위까지 모두 진한 오색의 단풍을 품고 가을의 화려함에 흠뻑 빠지게 하는 곳! 남설악 주전골은 설악산 최고의 단풍 관광 명소다.
'주전골'은 첩첩 산중의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어 옛날에 도둑 무리가 숨어서 위조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용소 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고도 전해진다. 한계령 휴게소와 오색 약수터를 잇는 깊은 골짜기이지만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는 탐방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등산로도 잘 정리되어 있어 남녀노소 단풍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탐방로를 걸으며 보이는 계곡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맑으며 좌우로는 독특한 모양의 계곡 암반과 기암 절벽이 병풍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의 풍경도 압권이다. 때문에 설악 최고의 비경을 보기 위해 가을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길이기도 하다.
송곳처럼 뾰족한 암봉까지 붉게 물들어 버린 듯 바위 사이마다 오랜 세월을 뿌리 내려온 나무들이 내뿜는 화려한 오색의 향연은 설악산의 장관과 함께 오래도록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품에 안은 가을을 만나러
강원도 금강산
고성 화암사
점점 높아지는 하늘 아래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분다. 미시령 옛길을 따라 넘어가는 길은 화려한 가을을 만나기 전 설레임을 담고 소박하게 펼쳐져 있다. 산과 바다, 호수까지 자연의 모든 정취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고성은 강원도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으로 굽이굽이 펼쳐진 길 위로 오랜 우리 산골의 풍경을 보여준다.
고즈넉한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단풍나무들이 마치 절을 끌어안은 것처럼 단풍의 절정 속에 푹 파묻힌 '화암사' 를 만날 수 있다. '화암사'는 설악산의 끝자락 이면서 금강산의 첫 봉우리 신선봉 아래 위치한다. 해마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속초와 설악산에 인접해 있지만 '화암사'는 아는 사람들만 찾아와 단풍을 호젓하게 즐기는 곳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화암사' 뒤편 미타암 앞 계곡의 화암 폭포를 중심으로 오색의 단풍이 불붙은 듯 화려한 장관을 이루는데 주변의 유명한 단풍 명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풍의 색은 곱고 선명하다.
'화암사'는 신라 때 세워진 천년 고찰로 대웅전은 1991년 세계 잼버리 대회 때 불교 국가 천여 명이 수계를 받아 유명해지기도 했다. 특히 '화암사'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을 자랑하는 '수바위'는 가을이면 오색의 단풍을 품고 잊을 수 없는 풍광을 선물한다.
화려함을 가득 안고 있는 숲 마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하는 곳. 그 어느 가을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장엄하면서도 촉촉한 단풍길이 가을 내음을 풍기는 곳. '화암사' 의 찻집 '란야원' 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단풍을 바라보며 마시는 '송화 밀수'는 가을의 행복함을 더해 줄 것이다.
국립공원 관리 공단에서 뽑은 걷기 좋은 단풍길
경상남도 지리산 피아골 단풍길
단풍 낙엽을 밟는 소리와 흘러내려오는 물소리, 걷는 이들의 사이를 지나치는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하나씩 겹쳐져 오색의 단풍과 함께 우리의 오감을 물들인다.
지리산. 온통 핏빛으로 물든 단풍을 보러 가지만 단풍 하나만 보고 오는 이는 없는 곳. 능선의 웅장한 깊이를 빼곡하게 채운 나무들과 피아골, 문수골, 뱀사골 등의 이름난 계곡과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계곡들의 명경지수, 오랜 시간이 바위를 깎으며 만들어낸 용소나 봉우리들까지.. 가을 향기가 피어 오르면 많은 이들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리산 종주'를 선택한다.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힘들게도 하지만 산 전체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단풍 옷을 입고 있는 지리산의 가을은 들어서는 순간 포기할 수 없는 절경이 계속 힘을 내게 해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단풍 명소는 단연 '피아골' 이다. 옛날부터 '피밭(稷田)' 이 많다 하여 '피아골' 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리산 피아골' 은 약 20km 길이로 폭포, 담소, 심연이 계속되는 계곡미가 뛰어나며 계곡을 따라 펼쳐진 붉은 단풍 물결은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10월이면 불타는 단풍잎으로 산도, 물도, 빨갛다는 뜻으로 이곳 일대를 '홍류동' 이라 부르기도 한다. '피아골' 단풍을 감상하려면 노고단에서 출발하여 피아골로 내려오는 노고단-피아골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덜 힘들고 단풍 구경을 하기에도 좋다.
굽이진 강물을 따라 만나는 붉은 물결
전라남도 곡성 섬진강
굽이진 강물을 비춰주는 붉은 물결, 풍성한 갈대와 코스모스까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곡성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전라남도 곡성은 한반도의 5대 강으로 꼽히는 섬진강이 흐르는 곳이다. 파란 가을 하늘과 붉은 단풍 그리고 붉은 빛이 스며든 섬진강의 물빛,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들판까지 천고마비의 계절이 선물한 곡성의 가을은 최근 연인들의 핫 한 가을 데이트 장소로 손꼽히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특히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는 단풍길은 '동악산'의 붉은 단풍과 어우러져 환상의 풍경을 자랑한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가 즐거워지는 계절답게 섬진강 자전거 길은 청명한 하늘과 감미로운 햇살, 청정 자연위로 쏟아지는 가을의 색까지 더해져 즐거운 가을 여행을 만들어준다. 섬진강의 아름다운 단풍을 한눈에 담아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정역' 까지 증기 기관차를 타거나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으며 자전거 길을 따라 라이딩을 하거나 철길을 따라 달리는 17번 국도 드라이브도 환상적인 코스다.
철도와 도로, 굽이진 붉은 물결의 강물과 상쾌한 숲길까지 온 몸으로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이 매력적인 곳. 자전거를 타고 구불구불 완만하게 이어진 도로 주변에는 지루할 틈 없이 아기자기한 풍경이 가득하며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압록 유원지'까지 이어지는 '곤방산' 숲속으로는 단풍 융단을 걸을 수 있는 둘레길 하이킹 코스가 펼쳐져 있다.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피톤 치드와 걷는 내내 기분을 황홀하게 해주는 붉게 물든 숲길, 단풍 낙엽을 밟는 소리까지, 매혹적인 가을 단풍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최고의 힐링 타임을 선사하는 곡성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