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달리기

삶이 마치 달리기 같다고 생각을 하곤 한다. 짧은 거리를 온 힘을 다해 달려 순간의 속도로 승부를 좌우하는 단거리 뛰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달려가는 마라톤 같은 것이라 여기며 조심하고 산다. 처음부터 너무 기운을 써버리면 나중엔 정말 결승점 앞에 가보지도 못하는 허약한 체질인 걸 알고 있어, 의식적으로 무엇이든 천천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해야 한다고 다독거린다. 그렇지만 더 빠른 속도로 멋지고 힘차게 달려, 느린 걸음에도 숨이 가쁜 내 곁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끔은 분수 넘치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을 때도 있다.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빠져있어 그의 책들을 읽고 있다. 책 속에서, 그는 마라톤 선수처럼 매일 쉬지 않고 뛰면서 자신을 단련하며 생각을 단순화하고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기른다고 한다. 길 위에서 철저한 혼자로서의 외로움과 고통과 극한을 넘기면서, 스쳐 가는 풍경과 자신과의 타협으로 그는 글쓰기를 다시 배우고 소설을 구상하며, 오늘도 어느 길 위를 쉬지 않고 달리고 있을 것이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거처럼 혼자 있는 것을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경쟁과 다툼으로 가끔 머리를 부딪치며 살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그다지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서로의 삶을 살아간다. 먼 길을 걷다 넘어져 무릎에서 흐르는 피가 무서워 울고 있을 때, 누군가가 빨간 약으로 상처를 소독하며 호~ 하며 쓰린 곳에 불어주는 입김을 기억한다. 비가 갑자기 쏟아져 우두커니 서 있을 때 – 비록 우산은 작지만, 서로의 어깨 하나가 비에 젖더라도 – 함께 같이 가자고 팔짱 끼며 웃든 모습도 떠오른다. 긴 마라톤의 결승점은 멀고 그만하고 싶고 힘들지만, 늘 어딘가에서 이렇게 상처 난 곳에 빨간 약도 발라주고 또 세찬 비가 쏟아져 젖더라도 함께 같이 가자고 해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오늘 하루도 용기 내고 기운 돋으며, 먼 길 도중에 만나는 작은 감동의 순간들로도 삶을 살아갈 이유도 목적도 한가득하다. 힘들고 지친 해가 넘어가고 새롭고 건강하며 희망을 품어도 되는 새로운 해가 솟았다.

모두 함께 멋진 삶의 달리기를 계속하길 기원한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