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칼럼] 법과 상식

유명한 법언(法諺) 중에 "법률의 부지(不知)는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자신의 행위가 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 것도 잘못이므로 그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미국 법정에서 "법을 몰라서, 영어를 몰라서 그랬다"는 통용되지 않는다.

법(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지키도록 정해놓은 태도나 행동의 기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세계가 비상인 가운데 역병을 중국이 제일 먼저 알았지만 은폐로 일관해 귀중한 두달을 놓친 결과 수백만이 우한을 빠져나갔고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재앙을 맞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중국인이 배불리 먹지 못해 박쥐나 뱀을 잡아먹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갑작스런 자가격리 명령으로 그간 당연시 누려왔던 개인적 자유와 기본 권리가 막혀있고 사람간의 접촉이 제한되고 신체적, 경제적 두려움으로 불안한 상황에도 과연 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고 개인과 국가가 보호되고 피해를 구제하는 기능이 발휘될 수 있는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원하든 말든 항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부대끼고 살다보면 서로 어울려 협력할 때도 있지만, 부딪히고 싸울 때도 많다. 그래서 세상에는 숱한 갈등과 대립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지 못하면 평화로운 삶이 어렵다.

대부분의 대립과 갈등은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해결되며 이러한 대화는 상식과 도덕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상식과 도덕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서 해결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 부득이 법으로 해결된다. 살아가면서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로 인해서"를 인지하고 기본적인 양심을 지키고 기본 상식선에서 살아간다면 법망은 단지 표면적인 테두리일 뿐이다.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지키도록 요구되는 사회 규범이 법적으로 강화된다. 세상의 수많은 갈등과 분쟁은 대부분이 상식과 도덕에 따라 해결되고, 극히 일부만 법에 따라 쌍방이 아닌 제 3자에 의해 해소된다. 그렇다면 상식과 도덕이야말로 사회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근본 규범이며, 법이란 상식과 도덕의 빈틈을 채우는 보충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도덕과 상식을 무시하고 무작정 법부터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법이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이 아니라 갈등을 유발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억울하고 약자 보호가 아닌 부자와 범죄자 보호로 변질되어 간다. 하지만 법은 사회가 흘러가는 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사회가 마주하는 위기를 여실히 반영한다. 법이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앞으로 주법, 연방법, 국제법등 여러 법들이 상식과 도덕의 틈을 채우기 위해 구체화되리라 여겨진다.

김병오(David Kim)
퍼시픽 법무그룹 대표
연세로펌 북가주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