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김의 한 잔의 커피 향 - 코로나에 천사가 된 남편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지 사람이 자릴 만든다고 했는지... 평상시 별로 착하지도 않은 남편이 갑자기 천사 행세를 한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어려움이 닥치면 남편에게 부탁해 어쩔 수 없이 도와야 할때가 있다. 결국 나의 성화와 닥달에 반강제로 거절 못 하고 결국은 도와는 주면서도 뺏기는 심정인지 한참을 투덜 투덜대던 남편.

코로나 바이러스가 올 무렵 발빠른 사람들은 사재기를 시작할 때 남편과 나는 그다지 심각성을 못 느꼈다. 지진이 조금만 와도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무시하는 바람에 쌀과 김치도 준비하지 못한 무능함에 그야말로 웃기는 밥 대신 눈물 젖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고 있다.

그뿐이랴! 마스크도 준비 못해 나가기도 겁나서 방콕만 하고 있다. 몇해 전부터 교회에서 구제봉사 팀장을 맡게된 남편은 팀원들과 함께 홈리스 봉사와 양로원 방문을 하며 봉사를 해오고 있다. 나도 남편을 도와 누구 보다 뒤질세라 열심 당원처럼 으쌰으쌰 엄청 시끄럽게 도왔다.

오히려 매사가 신중하고 느린 남편에게 더 열심히 안 하냐고 바가지까지 긁어댔다.

그리고 ...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고 모든 만남과 봉사를 잠시 접자고 했고 나라에서도 지시가 떨어졌다.

나는 겁이나 봉사는커녕 마켙도 못 가고 방콕만 하고 있는데 .... 느닷없이 남편이 비장한 얼굴을 하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해댄다. 그리고는 마치 사명감에 불탄 그야말로 눈에 불을 피우더니"홈리스들에게 마스크를 전해주고 와야할 것 같아. 교회에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쌀이나 샀는지 보고와야 겠어, 코로나 더 심각해지기 전에 사다 드려야겠어" 하는 거다.

"엥? 안돼요. 지금 나가면 바이러스 옮기고 조심해야 되요." 극구 말려도 뿌리치고 가는 남편이 기막혀 한참을 멍했다. 우리집 쌀도 마스크도 안 사놓고 남부터 챙기는 남편을 보고 황당도 했지만 용기와 긍휼의 마음에 놀라움과 기특함으로 교차되는 묘한 느낌이 오면서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군!!!!!'
교회에 마누라 섬기는 팀장은 없나?

수잔 김
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