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김의 한 잔의 커피 향 - 봄을 여는 오케스트라

겨울내내 비가 오는 산호세가 화창한 햇살과 함께 봄이 성큼 일찍도 왔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은 토요일 아침, 내 맘도 모른채 어느새 봄 햇살이 내 얼굴을 간지럽히며 새소리도 요란한 합창으로 창문틈 사이로 삐집고 들어와 나를 깨운다.
겨울내 잠자다 간만에 깨어난 개구리 처럼 봄 햇살을 따라 나는 어릴적 북한 산성을 닮은 나만의 그리움이 있는 곳을 향했다.
아버지를 따라 자주 놀러갔던 물이 흐르는 계곡에 수박을 담가 먹었던 기억과 김밥,삶은 계란을 동생들과 먹던 아련한 추억의 그곳을 연상케 하는 집근처의 공원은 오늘따라 유독 봄내음이 물씬올라 파릇한 봄 단장에 분주하다.
겨울내 비가 온덕에 개울물이 달음박질 하듯 흐르고 언제나 상큼하고 신선한 산호세의 봄바람은 황홀하게 내 얼굴을 감싼다.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 물줄기는 돌에 걸쳐 돌돌돌 흐르며 모짜르트를 연주하고 새들은 각각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불러대고 흥분한 봄바람은 다아니믹을 만들어준다. 어쩌다 지나가는 강아지들이 한번씩 불협 화음을 내지만 그 또한 현대 음악이라고 봄 바람에 흔들리는 신록들이 기립 박수를 쳐댄다.
둘러싼 봄속에 나는 멋진 지휘자가 되어 이땅에 갈등들을 어우르는 작은 희망들을 연주해본다.
바람과 나무, 시냇물, 새소리 다들 모양도 다르고 소리는 다르지만 넉넉하고 여유롭게 하나를 만들어 행복하게 봄을 연주했듯이 각자 관점과 의견이 다른 이들이 다함께 하모니를 이뤄 하나가 되길 소망해본다.
정의와 애국을 혼자 움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언성을 높이는 열성 분자들이나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해 못하고 무시하며 화를 내는 비분 강개파도 모두 다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하나일진데..
고부갈등으로 시어머니와 실갱이하는 어제 후배의 목소리도, 생각과 인생관이 달라서 대화하다 작은 언성을 높였던 친구도, 남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낙심하는 열등자들도, 각자 자기가 맡은 그릇의 역할이 있듯이..
청아하고 아름다운 높은 고음의 소프라노와 굵직하고 깊은 저음의 베이스가 만나 멋지게 어울어지는 화음처럼 세상의 환호성이나 지치고 고된 삶들도 다르면 다른데로 질그릇과 놋그릇의 쓰임이 다르듯이 각자의 음색으로 어울어져 연주를 해보면 어떨까.
겨울내 움추리고 얼었던 상흔으로 몸살 앓던 모든 마음들이 활짝 마음을 열어 따사로운 봄날 새순이 피어올라 봄 하나로 연주하듯이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들을 아름다운 음율로 오선지에 묶어 힘과 희망의 오케스트라로 피어 나기를 새 봄에 새 희망을 연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