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물은 빨리 흐를수록 또 물길이 길수록 깨끗해진다. 이는 물의 자정능력 때문으로 물속에 사는 미생물들은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속에 있는 유기 오염물질을 먹어서 분해한다. 이런 생물학적 작용은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많을수록 활발해진다.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에서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바로 물속의 산소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인공호수나 분수대를 보라.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으면 얼마 가지않아 물의 색도 변하고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물이 고여 있으니 당연히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리한 국토 개발사업으로 환경재앙에 시달리는 곳이 어디 한국 뿐이겠는가.
물은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고여 있다가 뒷물을 만나면 다시 흘러간다. 자신이 어떤 곳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면 뒷사람을 기다렸다가 그가 왔을 때 선뜻 있던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뒷물이 흘러와도 그곳이 영원히 자기 자리인 양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지키고 있으려니 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서 썩은 냄새가 많이 난다. 한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위세등등했던 중앙정보부, 군인이지만 계급을 무시하던 보안사령부 등등. 그들을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하던 정치인들이 지금 다 어떻게 되었는가. 이제는 그 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하던 검찰까지 나서서 무리하게 힘자랑을 하고 있으니 결말은 안봐도 뻔하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남에게 뒤떨어지고 만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지난날 생각에만 젖어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지난날의 기억으로 받아들인다면 생각하는 힘이 뒤쳐지게 된다. 그러면 세상이 싫어지고 자기 뜻과 맞지 않는 것에 원망하는 마음만 쌓이게 된다. 그러니 사는 게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은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이 한 곳에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삶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새해에는 사회 곳곳에서 물이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소리만을 듣고싶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