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선과 감상하는 세계 명작 시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이름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朴寅煥)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을 중퇴하였다. 1946년[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광복 후 서울에서 서점 <마리서사>를 경영하였고, 1947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미국을 시찰하였다. 1949년 동인그룹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1949년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았다. 1955년《박인환 시선집》을 간행하였고 1956년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사망하였다(향년 29세).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신예선글
화가 황주리의 세번째 산문집 <세월>을 다시 펴 보다가 '12월에 쓰는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한국인 대부분이 좋아하는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이 생각났다. 존재해서 고맙다는 사랑을 받고 있는 천재 화가 황주리는 명 수필가로도 칭송이 물결친다. 뛰어난 시각적 상상력과 군더더기 없는 농축된 언어로 읽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는 황주리의 글. 수필집 <세월>의 첫장에 나의 소설 <에뜨랑제여 그대의 고향은>의 내용이 있어 종종 펴 보곤한다. "그 어려운 사랑도 꿈도 그져 지치지 않고 기다리는 일임을, 모든 가르침이란 그 기다리는 일을 배우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요"등 이 지면에 옮기고 싶은 글이 넘쳐나지만 '세월이 가면'의 묘사만을 소개하겠다.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서 박인환의 시에 곡을 붙인 '세월이 가면'을 불러봅니다. 사랑의 부적 같은 종이학 1000마리,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을 종이학 1000마리, 하지만 정말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이 겠지요. 우리들 서늘한 가슴에 남아 있는 그 사랑들을 용서하는 시간,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 없는 당신에게 마음 한 조각 보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황주리는 마음 한 조각을 보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 그 오늘, 황주리는 그럼 마음이었다. 나는 오늘, 2019년의 12월을 보내며 2020년에 걸어야 할 융단을 깐다. 그리고 오늘, <신예선과 감사하는 세계 명작 시> 애독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리고, 또 오늘 서인원 발행인을 위시하여 '저널'의 가족.광고주.필진.독자에게 바란다. 사랑도 꿈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기를. 모두 모두 오늘, 계속되는 오늘,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