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김의 한 잔의 커피 향 - 낚시꾼 아줌마

낚시를 무척 좋아하는 남편은 어디든 경치좋고 고기가 잘 잡히는 곳이면 마치 산삼 캐러 다니는 꾼처럼 잘도 뒤지고 찾아다닌다.
물만 바라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기분이 상쾌해 진다는 남편은 늘 시간이 나면 낚시터를 찾곤한다. 낚시가 지루하고 취미없는 내게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번번히 거절하다 문득 부부가 취미 생활을 함께 해야 될것 같아 따라 나서기로 작정했다.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이웃들과 함께 이왕이면 좀 더 생산적인 바다낚시를 가자했다

그날 낚시를 빌미로 복잡한 머리를 식히러 가는 남편과 저녁 생선 찌개거리만 생각하는 나는 각기 동떨어진 목적으로 우리는 바다를 향했다.
푸짐한 횟감을 상상하며 초고추장에 상추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뜬 기대를 가지고 탁 트인 바다에 도착했다.

그날 따라 바람도 잔잔했고 햇살도 따사로워 짭짤한 바다내음에 취해 남편은 고기는 잡을 생각은 않고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당신 무슨 생각해요? 빨리 많이 잡아서 찌개끓여 먹어야지.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본전은 뽑아야지." 또한 오고 가는 게스값이 얼만데 생산적인 계산만 하는 내게 "당신은 낚시와서 고기만 보이냐? 가끔은 푸른 하늘을 보며 머리도 식히고 자연을 만끽해 보자구. 우리 좀 사색하면서 여유를 갖자고 응?"고기가 안잡히니 괜히 고상한 척 폼잡고 나만 무식한 아줌마 취급 한다.

은근히 자존심 상하고 약도 올랐지만 남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자녀와의 갈등때도 일로 스트레스와 언어와 문화가 틀린 이곳에 늦게 이민와서 부딪치는 외로움이 왜 힘겹지 않겠나. 말수가 적은 남편이 활력의 원천처럼 유일한 해결 방법이 낚시 인것을.
알면서도 "당신만 고상해요? 그래, 낚시와서 실컷 머리 식히고 생각을 씹어먹든지 정리하든지 해요." 나는 토라져서 웬지 무식한 아줌마로 취급한 남편의 말에 자존심 상해 한마디 해주고 씩씩거리며 바닷가를 거니는데- 웬걸?

내앞에 나타난 큰 바위가 온통 검은색이였다. 가까이 가보니 오! 마이 갓---!
바위 전체가 온통 검은 홍합이었다.

마켓에서만 본 그 홍합이 그것도 주먹만한 엄청 큰 홍합이 다닥 다닥붙어 있는데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정신없이 따기 시작했다. 신기함과 행복 ,경이감 이 감격..노다지와 산삼을 캐는 기분이 이랬을까? 준비해온 통이 가득 차도록 시간 가는줄 모르고 땄다. 함께 온 이웃은 어느 정도 따고 나서 돌아가자고 한다. "미쳤어? 이런 기회가 어딨어, 더따자! 여기까지 온 게스값과 시간 투자를 생각해야지."

"그만 갈래요" 돌아가는 그녀를 한심해 하며 '하루종일 땅 판다고 돈이 나오나? 거저널린 공짜가 생겼는데 왜 그냥가?' 나는 아줌마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해가며 씩씩 팔뚝 힘으로 땀이 바닷물과 범벅이 되어 열심히 땄건만....

"라이센스좀 봅시다?" 어디선가 나타난 레인저다.

'아뿔싸! 홍합도 라이센스가 필요했나? 아까 민수엄마 따라 갈걸.' 나는 그자리에서 홍합 무게 초과 까지 얹어져 티켓 840불 짜리를 받고 말았다.

시간투자 게스값 건지고 구수한 홍합 국물은 커녕 비싸게 지불한 티켓을 들고 남편 앞에 섰을때 남편은 더이상 말을 잇질 못하고 "아줌마~~~~!. "

나는 그저 무식하고 생산적인 아줌마로 돌아오는 한시간 내내 차안에서 찌그러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