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김의 한 잔의 커피 향 - 나도 이제 사치 좀 하련다

옛말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자식은 한양으로 보내라 했다. 헌신적인 우리 부모 세대들이 그러했듯이 자식 교육을 위해 땅팔고 논팔아 한양 보냈듯이 마치 진리인 양 나 또한 그 행렬에 끼여 훌륭한 부모 폼 잡고 아파트 집 팔아 원대한 꿈을 싣고 자식을 위해 미국 이민행을 선택했다.

학생때 친구들이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나는 못했지만 내 자식들만큼은 넓은 곳에서 공부하고, 아들딸들의 성공한 미래를 그리며 벅찬 가슴 가눌길 없는 어깨에 힘주고 흥분했던 시간들- 자식의 성공이 내 영광, 내 행복이라 했던가!

'에구! 세상이 다 내 맘대로 된다면야…' 어찌된건지 공부시키러 미국 온 자식 놈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공부는 뒷전이고 미국을 즐기기만 하고 오히려 남편과 나는 미국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하면서 없는 시간 쪼개 남편은 자격증 공부에, 나는 영어 공부에 정신없었던 시간들~¬¬

나는 대학 시절 잠시 잡아본 바이올린을 접은 채 아이들에게 공부는 물론 바이올린, 피아노를 강행했다. 하기 싫다는 아이들과 실갱이 하며 시간낭비 돈낭비하며 보낸 시간들~ 그나마 조금 말 듣는 딸아이는 얼마나 잡았는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대학가고 결혼하고… 많이 안아주지도 못했고 맘껏 수다도 못 떨고 혼만 내다 떠나보냈다. 엄마일 땐 몰랐던 것들이 할머니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내 영광에 부질없는 짓만 했다. "내가 왜 바이올린을 배워야 해?"하며 반항하던 아들 녀석이 놓고 간 구석에 처량하게 처박힌 바이올린을 다시금 잡아들었다.

때마침 이게 웬일인지 꼭 나를 위한 것처럼 요즘 커뮤니티 봉사회에 중년 노인들을 위한 오케스트라가 생긴 덕에 새로운 취미 활동이 생겨 연습에 분주하게 하루가 행복하다.

하기 싫어하는 아들 녀석에게 들어간 렛슨 비용으로 내가 배웠다면 지금쯤 얼마나 즐기고 있었을까. 그저 엄마라는 이름으로 감히 생각도 못해 보는 비싼 렛슨비- 지금이라도 시작해보자. 공부하는 나이에 순서가 어디 있나.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빛바랜지 오래된 내 이름을 다시 꺼내 본다.

꿈에 그려본 유학 생활, 육십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만반의 다짐과 설렘을 안고 과감히 전공 찾아 대학에 등록했다. 아들 나이보다 더 어린 것 들과 함께 공부하려니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늦깎이 중년 학생이 오는 내가 신기하고, 수업 집중은 안 하고 딴청인 어린 학생들을 보며 우리는 서로가 측은해한다.

못다 한 공부와 바이올린을 거머쥔 후반전의 인생. 아이들 대학 졸업하기까지 전반전을 자식들 치닥꺼리로 힘 빠진 나는 요즘 남편에게 자신 있게

"이제 나를 위해 학비와 렛슨비 좀 팍팍 씁시다." 아이들의 손을 떠나 멜로디를 잊은 바이올린을 이제 나 자신만을 위해, 내 노년의 풍요롭고 그득한 멜로디를 위해 명장이 든 칼과 같이 오늘도 비장하게 활을 높이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