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선과 감상하는 세계 명작 시

사랑의 편지
- D. 로세티

몸을 기울여 그의 마음 너에게 쏟을 제
그 손에서 더워지고
그 머리 그늘은 아른거려
너 하얀 바탕에 흐르는 검은 잉크와 함께
그이 애달픈 가슴의 고동이 흘렀으리.

그의 입김마저 아는
너 하늘거리는 글월이여.
사랑에 화답해 부르는
음악과도 같이
그의 입술과 그의 눈이
한데 합한 마음을 오 너
소리 없는 곡조로 나에게 들려 다오.

나는 황홀히 바랐노라.
즐거이 생각에 잠겨
이 값진 종이 그 가슴에 대고
그 가슴의 비밀을
그 가슴으로 숨김없이 쏟아놀 제.

아, 또 갑자기 쳐든 눈초리에
그의 영혼이 내 영혼과 합하여
마디마디 하소연이
그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할 제.

Sonnet Xi: The Love-Letter
- Dante Gabriel Rossetti

Warmed by her hand and shadowed by her hair
As close she leaned and poured her heart through thee,
Whereof the articulate throbs accompany
The smooth black stream that makes thy whiteness fair,-
Sweet fluttering sheet, even of her breath aware,-
Oh let thy silent song disclose to me
That soul wherewith her lips and eyes agree
Like married music in Love's answering air.
Fain had I watched her when, at some fond thought,
Her bosom to the writing closelier press'd,
And her breast's secrets peered into her breast;
When, through eyes raised an instant, her soul sought
My soul, and from the sudden confluence caught
The words that made her love the loveliest.

신예선글

편지와 카드를 정리하다가 이 시가 떠 올랐다. 읽고 또 읽어도 황홀하다.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름다움으로 채워져있다. 때문에 받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그야말로, 값진 종이 가슴에 대고, 보낸 사람의 가슴으로 부터 들려오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이토록 황홀한 감정을 품고 있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그는 어찌하여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독한 생애를 끝냈을까. 로세티 뿐이랴. 삶을 황홀하게 하는 문인, 화가, 음악가들의 작품을 대할때 마다 나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아프다. 예술로도 치유가 않되는 삶. 나에게 있어 문학은 치유이자 구원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