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김의 한 잔의 커피 향 - 노래하는 천사들

이민생활 생각지 못했던 스트레스가 극심할 무렵 컴퓨터를 배우고자 우연히 한인회를 찾게 되었다. 가곡과 동요, 가요, 찬송가의 노랫소리가 건물에서 흘러나왔다. 따라 가보니 열명 남짓 대부분 노인분들이 모인 합창반이었다.

나는 살며시 뒤에 앉아 따라 부르는데 한국에 두고 온 흙냄새와 향수가 범벅이 되어 왠지 모르는 눈물이 나왔다.

가라앉은 기분을 풀고 간다는 기분으로 오랜만에 불러보는 그리운 금강산, 엄마야 누나야, 오빠 생각,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가곡, 동요, 가요들은 기분까지 좋게 했다.

기다리던 두 번째 합창 시간을 참석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반주자가 그만두게 되어 그야말로 단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원분 부탁으로 그야말로 지휘자 없는 임시 반주를 맡게 되었다. 가요나 뽕짝 등의 연주는 처음 반주라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몇 주가 지났을까? 피아노 치는 내가 어르신들보다 더 재미있고 새로운 악보를 찾고 준비하는 나는 가슴까지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어느 할머니께서 대화하시는 말씀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서방 저세상 보내고 삼 년간을 우울증으로 시달리며 사람도 안 만나고 집안에만 있는데 딸이 강제로 이곳에 데려왔어. "아! 그런데 노래하니 가슴이 뻥! 하고 뚫리는 거야!"

나는 묘한 감동과 마치 외로운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가슴이 뻥 뚫렸다는 그 한마디가 반주 봉사를 6년째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영글어 가고자 하는 인생들.

비록 주름은 가득하나 여고 때 불렀다던 가곡을 회상하며 즐기시는 모습은 마치 순박한 소녀들 같기도 했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나 부부로 함께 오셔서 남은 인생 행복하게 부르고 가시는 모습들을 보면 이들을 향해 "이제껏 열심히 살아오심에 수고하셨어요."라고 선물을 안겨 주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늘 쇼팽과 모짜르트의 관현악만 흘러나온 우리 집에 유행가나 뽕짝을 전혀 몰랐던 내가 어느새 흘러간 노래와 뽕짝을 흥얼거리기 시작한 나를 보고 남편은 놀리기도 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좋은 곡 만날 때면 프린트기에서 악보 나오는 소리에 맟춰 내 가슴도 박자 맞춰 뛰기도 했다.

가끔 가사에 의미가 있는 찬송가나 복음성가도 부를 때면 "어릴 적 크리스마스 후 안 가본 교회를 이제는 가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60년 만에 교회를 찾는 어르신도 있었다.

지금은 음악과 노인들을 사랑하는 지휘자의 지도하에 매주 금요일이면 실리콘밸리 한인회로 오륙십여 명의 합창단원들이 찾아온다.

인생을 노래하고 행복을 부르는 노년의 인생. 평생 가장으로, 아버지로, 아내로, 어머니로 열심히 살아오신 인생들, 모습도 변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여기저기 신호가 오고 몸과 마음은 불협화음을 내지만 합창하는 시간만은 막힘없이 음악 따라 나가는 푸른 신호등이다.

비록 지금 모습은 이민사 1세로 힘겨웠던 세월의 흔적이 주름으로 남아 있지만 즐겁게 목청 높여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