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사랑

이 단어는 아름답다. 그리고 사랑은 오늘도 이루어지며 여전히 설레인다. 비록 손가락으로 만든 우스꽝스러운 모양일지라도, 서로를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늘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다면, 미움도 질투도 세상의 혼란도 아픔도 없을 것이다.
지독한 사랑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손에 들고 있다. 이 가슴 졸이며 무섭고 시린 줄거리로 마치 불어오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함께 흔들리며 읽는 중이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예술은 사랑을 바탕으로 심어놓은 뒤에야 하나씩 기둥을 세우고 담을 쌓으며 형성해 간다. 이 세상을 만드신 분에 대한 고귀한 사랑으로부터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까지 모든 기쁨과 환희와 고통의 절절한 이야기들이, 글과 그림과 음악으로 남겨져 오랜 세월을 넘어 모든 이들을 감동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예술 작품 속에서처럼 진실하며 순결하지는 않다. 세상에는 "만약에" 하는 조건을 내걸며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랑도 있고, 또 "때문에"라는 이유가 붙어 그 형체가 사라지면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사랑도 있다. 요즈음 나는 새삼 많이 아파한다.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정말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아픔은 철없었고 모자랐고 불평투성이였던 나의 당연한 벌이라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더 많이 사랑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엄마도 처음 해보는 사랑이었는데, 이제서야 깨닫고 후회하며 슬퍼하는 그러나 다시는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조건이 붙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무엇이 되어있던지 끝까지 지켜주는 영원한 부모의 사랑이었었는데, 그 사랑을 제대로 느끼며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세대를 넘어가며 세월을 따라 이어지는 삶의 이치가, 어느덧 나의 순서가 되어가는 중이다. 과연 무엇으로 어떠한 사랑을 했었다고 기억될까 하는 숙제 앞에서 숨을 들이쉬며, 책상 앞 자세부터 고쳐 앉는다.
오늘도 꿈꾼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며 그로 인해 세상은 다음 세대로 넘겨지고, 또 그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설레이고 환희하며 더불어 아파할 것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