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디스코볼로스’와 하나님의 자기 소개서

'디스코볼로스'와 하나님의 자기 소개서

높게 평가되는 그리스 문명이지만 이 역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많은 빚을지고 있다고한다. 그럼에도 그리스 나름의 독창적 문화란 증거는 많으며, 그중에는 유독 벌거벗은 남성의 조각상들이 있다. 헬라어로 쿠로스라 불리는 나체의 남자, 청년 조각상들은 거의 완벽하게 균형잡힌 몸을 지니며 그리스가 지닌 사람에 대한 이해를 드러낸다. 곧, 인간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그 자의식으로 부터 근대 정치구조인 민주주의를 시작하기 까지 하는데…, 세상 만사는 결국 인간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자기 결정권의 신념과 함께 말이다.

이 놀라운 헬라적 가르침은 중세이후 근대사회 전 분야를 새롭게 빚은 르네상스를 통해 되살아 났고, 16세기 종교개혁 역시 그로부터 동력을 얻게된다. 하지만, 사람을 향한 긍정의 마음을 뒤틀어 사용한 경우도 있으니, 히틀러가 사랑한 '디스코볼로스' 조각상이 그러하다. 유독 영화를 통한 선전선동에 탁월했던 나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념하며 "올림피아"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그 오프닝을 장식한 그리스 조각이 '디스코볼로스'- 원반 던지는 사람이었다. 다큐멘터리속 그 완벽한 인간상은 현실의 독일인들로 오버랩 되어졌고, 사라진 고대 그리스의 정신, 완벽한 인간상이 곧 현대 독일인의 몸을 통해 부활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디스코볼로스'는 나치 당시 독일의 일종의 자기 소개서 였고, 히틀러와 나치는 그렇게 게르만 민족, 그 피의 우수성을 과장했다. 그리고, 다수의 독일교회 마저 이를 뒷받침하며 같은 대륙을 살아간 다른 이들의 몸을 범하고 찢으며 피를 흘리게 된 것이다.

'디스코볼로스,' 완전한 인간을 추구한 히틀러와 나치의 자기소개서와 달리, 우리가 찾아 볼 의외의 자기소개서가 성경속에 등장한다. 통상 모세의 소명장으로 알려진 출애굽기 3장은 사실 모세와 이스라엘을 향한 야웨 하나님의 자기 소개서이다. 우선 야웨는 불타는 떨기나무 가운데 나타나신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신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며, 히브리인들의 하나님이라고…하나님의 자기소개는 적어도 두가지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우선, 그는 가시떨기 가운데 계셨다. 뜨거운 사막 기후에 자연발화 후 쉽게 사라지기까지하는 흔하디흔한 가시덤불이 놀랍게도 하나님이 계신곳이었다. 둘째로 그는 자신을 히브리인 . 떠돌이, 방랑자, 약하고 연약한 자-들의 하나님이라 자칭한다. 스스로 구원의 능력을 지닌 자가 힘의 제국 이집트 대신 방랑하고 떠도는 이들을 자기백성이라 선택한 것이다. 물론 불꽃으로도 소멸되지 않을 가시덤불이라는 반전과 함께…

오늘도 우리는 나름 자기소개를 써내려가는 중이리라. 그리스 조각상과는 전혀 닮지도 어울리지도 않았던 히틀러의 그 비뚤어진 마음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눈과 마음은 온통 그 멋진 '디스코볼로스'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자. 정작, 하늘 아버지의 마음은 가시덤불속, 힘없이 떠도는연약한 이들중에 있음을 볼 때, 예수가 쓰신 면류관이 금관이 아닌 가시로 만든 것임의 연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리라. 뜨거운 여름…시원하게 드러낸 원반던지는 이의 몸에서보다, 되려 불타는 가시덤불 속 그분을 만나가보자. 혹여나 왜곡 과장된 우리들의 자기소개서를 바로잡을 기회를 찾게되리란 기대와 함께…

이재근 목사 (iChurch of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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