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법대로 합시다

한국사람들에게 '법(法)'이란 단어는 참 친숙하다.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도 싸움이 벌어지면 '법대로 하자'고 소리를 지르며 일단락 된다.

한국사람들에게 법률가는 최고의 직업군이다. 어렸을적에 '나중에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가 큰 비중을 차지했고, 현재도 여성들의 배우자 선호도에서 법률가는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젊은이들이 아까운 청춘을 고시촌에서 다 보내는게 일상화된 모습이 한국사회의 단면이다.

하지만 시행되고있는 법조항들이 세상사람들을 공평하게 판단해주지도 않고, 법률가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법을 준수하여 올바르게 판결하거나 변호해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즉 세상이치에 맞지 않는 재판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국가에서의 재판에서는 돈과 권력에 의해 승패소가 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국민정서가 다른 타국에서의 법정은 진행절차도 관련 법규도 다르기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미국내 한인들간의 법정다툼은 그래서 더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억울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어쩔수 없는 소송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 별로 인정도 안해주는 한인단체들이 감투싸움을 하느라 미국법정에 법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사로 다루기도 민망하기까지 하다.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같은나라 사람들끼리 소송거리도 되지 않는 일로 미국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이 왠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한술 더 떠서 교회나 사찰내 문제로 서로 맞고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성직자와 교인들간에, 혹은 교인들끼리 돈에 얽힌 문제로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정말로 최악이다. 가족들간의 말다툼을 두고 이웃동네 이장님한테 판결을 해달하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소송비용도 만만치않아 설령 승소를 했다고 해도 변호사비용을 빼고나면 남는것도 별로 없다.

본국의 최근 뉴스를 보면서 또 한번 놀란다.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간 멱살잡고 싸우다가 서로 '법대로 하자'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입법부인 본인들이 만든법으로 사법부에 판결을 의뢰한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사족을 달자면 '소송 좋아하는 사람은 소송 때문에 망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