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책을 읽으며

언제부터인지 자꾸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을 가까이하며 나를 돌아본다. 어쩌면 삶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또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항상 잘하고 싶다는 조바심으로 종종거리며 살던 때를 돌아보며 후회가 아닌, 그래 그랬었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야 하며 인정해주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자신을 풀어주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책 안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문장에 펜으로 줄을 긋고 또 공감하며 천천히 열어본다. 얼마 전에 읽은 "고요 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라는 책에서는, 무엇이든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살살 가면 되지 빨리 가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며 힘든 거라는 구절에서는, 몇번을 머리 끄덕인다. 모든 것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요할 수 없으며, 넓은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아주 잠깐 빌려 쓰는 것이니, 세상을 그저 사랑하고 감사해하며, 잠시지만 행복하게 누리다 가는 것이라는 결론에는, 책 한권을 읽고 남겨진 것으로 삶이 설렌다.

시간은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많은 것들이 모여 습관으로 변하며 그것은 인격으로 만들어져 내 안에 쌓여가는 것이고, 결국은 궁극적인 하나의 인간을 형성해가는 것일 거다. 작지만 한달 한달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음미하고 지내다, 어느 하루 만나 서로의 인생과 경험과 마음을 나누는 날이 있다. 전혀 다른 삶으로 살다 한권의 책으로 만나, 깊고 긴 교감을 나눈다. 이렇게 지나 온 오랜 날들이 쌓여, 격과 품위로도 헛되지 않은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시작은 비록 미약한 작은 것들로 이어져 그 끝은 장대해지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분명 삶 속에 가랑비에 옷 젖듯, 온전히 스며 있음도 알고 조금씩 달라져 가는 자신도 느낀다. 책을 읽으며 그 안의 것들이 스며들어, 겸손해지고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고 외로움도 느끼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이런 시간을 보낸 어느쯤이면, 고요해지며 밝아지는 자신을 만나게 될 거라 믿는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데미안)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