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의 모든 것

부활절이 다가왔다.
기독교 신앙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을 기념하는 날인 부활절은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세계사적인 의미 또한 갖추고 있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해온 서양의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날이 부활절이며 그래서 기독교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인 명절로 자리잡은 부활절의 모든 것에게 대해 알아본다.

부활절의 유래

부활절의 유래 자체는 상식에 속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고 나서 3일 만에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 부활절이 바로 축일이 되어서 모든 사람의 명절이 된 것은 아니다. 부활절이 제대로 된 형태와 날짜를 가지게 된 것은 325년의 니케아 공의회 때. 이 때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이 뜬 다음에 오는 일요일에 지내는 것으로 정하였다. 기독교에서는 가장 큰 축일 중에 하나로 꼽힌다. 교회력에서는 가장 오래된 축일이 바로 이 부활절이다.

부활절 당일을 포함해 부활절 기준으로 역으로 계산해 40일간을 사순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 사순절의 첫날은 재의 수요일이라고 하며 예수의 고통을 기억하는 시기로 삼는다. 보통 이 기간에는 단식을 하는 신자들이 많다. 고난을 기억하며 경건한 생활을 하는 것이 강조된다. 십자가에 못박힌 성 금요일에는 교회에 따라서 예배를 드리거나 복음서의 수 난 부분을 침묵 가운데 통독하기도 한다. 토요일에는 무덤 속에서 쉬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기 위해서 교회에서 불을 켜지 않고 침묵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가톨릭에서는 부활주일의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을 성삼일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날마다 기념하는 종교행사가 치러진다. 성 목요일은 최후의 만찬을 기리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의 미사를 주님만찬 미사로 봉헌한다. 사제가 신자의 발을 씻어주는 이른바 발씻김 예식도 진행된다. 성 금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힌 날로 주님 성난 성 금요일이라 불리며 미사를 드리지 않고 수난 예식을 치른다. 예식에서는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절만 진행된다. 마지막 성 토요일은 부활 전야로 보통 부활 성야 미사를 거행하고 밤을 세우며 예식을 치르기도 한다

부활절의 상징: 토끼와 달걀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 받는 풍습은 언제 생겼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십자군 전쟁 때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로잘린드 여사의 이야기다. 로잘린드는 원래 귀족출신이었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어서 가난하게 사는 부인이었다.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징병되고 홀로 남은 부인을 마을 사람들이 보살펴 주는데 아내는 그 친절에 보답하고자 달걀에 색을 칠하고 가훈을 적어 나눠주었다는 것이다. 로잘린드 가문의 가훈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손길을 믿으라. 하나님께서는 사랑이 있는 사람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위하여 반드시 도와 주신다.” 이 달걀을 받은 소년이 산에서 군인을 만나게 되고 달걀을 건네주었더니 군인은 달걀에 쓰인 가훈을 보고 자신의 아내를 찾았다. 이후에도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준 달걀을 이웃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설이 있다. 수난기간 중 금식을 하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는 달걀이나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달걀을 주고 받았다는 설. 로마의 속담 중 하나인 모든 생명은 알에서부터 나온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구레네 사람 시몬의 직업이 달걀장수였다는 설. 죽음을 깨치고 부활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굳은 달걀 껍질을 깨고 태어나는 병아리에 비유하였다는 설 등이 있다.

토끼에 대한 유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이 전통이 독일에서 유래되었다는 것. 부활절 이전에 이스터 축제일의 상징은 달걀이 아닌 토끼였다. 토끼는 이스터 여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부활절을 상징하는 토끼는 독일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함께 수입이 되었지만 미국의 기독교는 청교도적인 성향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토끼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전쟁 이후로 부활절의 행사와 토끼가 서서히 사용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세계의 부활절 음식들

부활절에 특별한 음식을 먹는 나라도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것은 스페인에서 먹던 카스텔라. 전 세계적으로 흔한 빵중의 하나인 카스텔라는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에서 부활절을 기념해서 먹던 빵이다. 카스텔라라는 이름 자체가 카스티야 지방에서 따온 것이다. 이외에도 달걀과 돼지고기 등심, 살라미 등을 넣어서 구워낸 오르나소빵을 먹기도 한다. 부활절의 상징이 달걀이다 보니 달걀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데 구운 달걀을 넣어서 요리하는 로스케타라는 파스타 또한 부활절에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하나다.

부활절 달걀을 알록달록 칠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지만 초콜릿으로 된 달걀을 많이 먹기도 한다. 이는 거의 세계적으로 공통된 관습 중 하나고 부활절이 다가오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콜릿 달걀들을 볼 수 있다. 부활절 토끼 또한 초콜릿으로 많이 제작되어 팔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호주의 경우다. 호주에서는 토끼가 외래종이고 호주의 자연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1990년대 초부터 부활절 토끼를 부활절 빌비로 바꾸자는 운동이 전개되었다. 빌비는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호주에만 사는 독특한 동물이다.

빵을 굽는 것은 익히 알려진 부활절의 전통인데 부활절 빵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영어 문화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의 롤빵. 십자가 못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해서 십자가 무늬를 포함한 것. 달콤하기 때문에 어른 들도 아이들도 즐겨 찾는 빵이다. 보통 커피와 함께 부활절 브런치로 먹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콜롬바 파스쿠알레라는 케이크를 먹는다. 부활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이 빵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양고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기도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부활절에 가장 많이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면 역시 부활절 햄일 것이다. 커다란 돼지고기를 칼집을 내고 여러 가지 향신료로 맛을 내서 구워내는 햄은 부활절에 먹어서 더욱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고기를 먹기 힘들었던 중세에도 부활절만은 큰 축제였기 때문에 이 햄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부활절 만찬에 빠지지 않는 부활절 햄은 성공과 행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산처럼 쌓는 독특한 모양의 디저트 파쉬카가 등장한다. 치즈로 만든 피라미드같이 생긴 이 파쉬카는 부활절에 먹는 특별한 디저트답게 표면을 종교적인 상징으로 장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XB라는 글자를 새기기도 한다. 산 같은 모양은 교회의 지붕을 상징하기도 하고 예수의 무덤을 상징하기도 한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정교회를 믿는 많은 국가들에서 가정식으로 이 파쉬카를 즐겨먹는다.

세계의 부활절 행사들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기 전에 이스터로 불리면서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축제였다. 아직도 부활절이 아닌 이스터의 전통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동유럽의 슬로바키아도 그 중 하나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전통복장을 하고 축제를 벌이는데 이 때 여자들에게 물을 뿌리는 전통이 오랫동안 시행되어왔다. 찬물을 여성에게 끼얹음으로서 여성의 젊음과 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 부활절 무렵의 슬로바키아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을 때고 옷이 모두 젖을 정도로많은 양을 물을 양동이로 뿌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여성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좋은 의미가 담겨 있는 관습 중 하나다.

비단 슬로바키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물을 뿌리는 풍습은 동유럽 전체에 퍼져 있다. 폴란드 에서는 아예 물에 젖은 월요일이라고 부르면서 여자들을 물에 젖게 만드는데 봄이 오기 전에 물을 뿌리면 질병을 물리친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현재는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세례의 의미 또한 더해졌다.

예루살렘에서는 부활의 성화가 밝혀진다. 부활의 성화는 원래 정교회에서 많이 하는 의식이다. 성당의 모든 조명을 끄고 촛불을 나누면서 부활을 기념하는데 이와 비슷한 행사가 예루살렘에서도 열린다. 예루살렘의 부활의 성화는 신성한 불로도 불리는데 부활성야에 예루살렘의 총대주교가 성묘 교회 안에 들어가 기도를 하면 촛대에 신성한 불이 저절로 지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기독교와 관련되어서 여러 가지 기적 같은 일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매년 일정하게 일어나는 기적은 이 부활의 성화가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부활의 성화는 다양한 나라에서 생중계를 해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극히 종교적인 명절인 부활절에 반기를 든 사람들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이른바 좀비 지저스 데이다. 무신론자들이 만들어낸 이 날은 죽음으로 부터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좀비라 지칭하면서 시작되었다. 예수를 희화화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종교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해서 꽤 큰 행사를 하고 있다. 좀비로 분장을 해서 퍼레이드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부활절 행사를 가장 크게 치르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는 3일간의 카니발 후에 긴 사순시기를 보낸다. 부활축일에는 곳곳에서 전통 퍼레이드와 축제가 열리고 일요일에는 온가족이 모여 달걀을 장식한다. 부활절 전 날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한 곳에 모아서 태우기도 하는데 이는 겨울을 정리하고 새봄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부활 후 월요일에는 주로 달걀 굴리기 시합을 하는 데 이 시합의 우승자는 101개의 부활절 달걀을 상으로 받는다.

가톨릭이 주를 이루는 스페인에서는 만남의 행렬이라는 부활절행사를 연다. 만남의 행렬은 부활을 한 예수와 성모가 기쁘게 다시 만난 것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예수상을 들고 오는 남성행렬과 성모상을 들고 있는 여성의 행렬이 만나는 것으로 이를 연출한다. 이 때 여성들은 슬픔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입고 있는데 행렬이 서로 만나면 검은 망토를 벗고 흰 망토를입어서 영광과 기쁨을 나타낸다. 만남과 동시에 성당 종탑의 모든 종은 울려 퍼지고 신자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이를 축하한다.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서 종교가 전래된 필리핀에서는 이외 비슷한 행사가 치러지는데 이를 살루봉이라고 부른다. 부활 전야 미사가 자정까지 이어진 후에 열리는 살루봉은 기본적으로 만남의 행렬과 비슷하게 예수와 성모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이 천사의 복장으로 노래를 한다는 것. 살루봉이 끝나면 신자들은 종이로 만든 유다상을 나무에 걸고 이를태워버린다. 이후에는 해변 파티나 공동체 모임 등으로 부활을 축하하게 된다.

부활절을 둘러싼 논쟁

옛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의 노예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여 거행하는 축제가 있었다. 파스카라고 불리는 이 축제는 보통 유월절로 번역되는데 유월절은 부활절의 날짜를 정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동방교회에서는 유대교에서 유대력의 1월에 유월절 축제가 있으므로 요일에 관계 없이 유대력 1월의 14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후에 14일 교도라고 불리는데 이 날에는 단식을 하고 저녁에 떡을 나누어 성찬을 가졌다. 로마 서방교회에서는 만월이 지난 후 첫번째 일요일을 부활축일로 지켰다. 이러한 차이점은 여러 가지 논란과 논쟁을 불러왔다. 525 년 로마 교회가 알렉산드리아의 역법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부활절 날짜가 다른 경우도 발생했었다. 영국교회는 이전의 역법을 여전히 사용했기에 로마 교회에서 파송된 선교사와 논쟁을 하기도했다. 긴 기간 동안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었고 664년 휘트비 회의에서 로마교회가 논쟁에서 승리함으로서 지금의 부활절 날짜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되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이후에도 자신들의 날짜를 고수했으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바뀌어서 지금은 부활절의 날짜는 통일되었다.

로마노프 왕가의 달걀

부활절 달걀은 단순히 진짜 달걀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검소한 전통으로 시작되었던 부활절 달걀은 점점 발전을 해나갔고 유럽의 왕조들은 달걀을 넘어선 화려한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유럽에 이러한 유행이 퍼져나가는 와중에 러시아에서 부활절 달걀 공예의 극에 달하는 뛰어난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중 에서도 17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러시아를 지배했던 로마노프 왕조의 달걀은 비할 데 없는 화려함을 보여준다.
부활절 달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화려함을 더해갔는데 로마노프 왕가 최후의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 시대가 되면서 페르네제라는 장인에게 황실직영으로 부활절 달걀을 만들게 했다. 페르네제의 부활절 달걀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예품이 되었다. 달걀에 시계를 부착하거나 달걀 안에 정교하게 보석으로 만든 꽃다발을 넣는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 면서도 품격을 가지고 있는 달걀 공예품들은 로마노프 왕가의 비극적 몰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