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나무

아침 식탁에 앉아 창문너머 변함없이 늘 그자리에 서있는 앞마당 커다란 나무들을 보며, 오늘 하루도 평안 하리라 믿어본다.

2년만에 다시 만난 그애의 그림은 언제나 나무이다. 한결같은 대상인, 나무 위에 또 나무를 그리고 있다. 오랜만의 서울이라, 지금도 여전히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궁금하고 또 보고싶은 마음을 잠깐 화장실을 핑계로 징징거렸더니, 선듯 문을 열어준 3층 넓은 화실의 그림 속에서 다시 그애를 보았다. 굳이 따로 만나려 하지도 않았고 실제 마음 길이도 한 발자욱 떨어져 살고 있지만, 늘 응원한다. 서로의 표현 방법-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한결 같이 그림을 그리며 오래된 길을 가고있는 벗이라, 귀히 생각하며 아낀다. 어쩌면 그애는 나의 감정 - 이 짝사랑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며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다. 아주 커다란 캔버스 위에 옅은색의 나무를 하나씩 정성들여 그리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마르기를 기다리며, 다시 또 몇번을 나무 위 색상을 덧바르고 기다린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들을 덮고 또 새로운 칠을 하며 작품을 만들고, 삶도 그렇게 살아간다.

가로수 길의 나무들이 한결같이 다 잘자라지는 않는다. 바람에 견디지 못해 가지를 부러터린 체 겨우 지탱하고 있는 것도 있고 두팔 벌린 모습으로 한없이 뻗어나간 것 들도 있다. 그렇다고 굳이 서로를 샘내거나 질투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래서 우린 나무를 닮고 싶어하나보다. 늘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그 모습 때문일 것이다. 숨기지 못하는 숨길 것도 없는 지금의 인생길이지만, 그 길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들었고 만들어 가며 또 만들어 갈 것이 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나도 한그루의 나무처럼 묵묵히 햇빛과 물과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굳굳히 자라며, 평안 할 거라 믿어본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

그림 <제목은 숲이야기 -10 :박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