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형상 이야기 (1): 처음 그 부르심.

몇해 전 가족과 함께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미국의 수도, 각종 기념관과 박물관이 즐비한 곳, 그중 무엇보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의 기념관은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겨져 있다. 1922년 완성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링컨 기념관, 길이 60미터, 넓이 36미터, 30미터 높이의 기둥 38개로 주위를 둘러싼 외관은 흡사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의 건물을 연상케 하고, 내부에 자리한 링컨의 동상은 175톤에 달하는 그 무게만큼이나 위용과 위엄을 드러내는데… 한편, 마틴 루터 킹목사의 "I have a dream"이 외쳐지기도 했던 그곳을 추억하며 종종 스스로에게 묻게된다. 사람들은 왜 이 건축물을 그토록 찾는 것일까? 링컨상, 이 조형물 혹은 형상이 지닌 의미는 무엇을까? 대답해 본다면…, 링컨상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형상을 통해 미국의 통치이념, 미국이란 나라가 서있는 기반이 무엇인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 말이다.

앞서 살핀 '형상'이 지닌 통치와 다스림이란 가치는 놀랍게도 성경이 전하는 하나님의 창조이야기 속에도 내포되어 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창세기는 증언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 (Imago Dei/image of God)대로 지어졌으며, 사람의 시작은 조물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지만, 형체없는 하나님, 자신의 형상은 만들지도 말라 하신 그분의 뜻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거리 였었고, 말그대로 하나님의 형상이란, '닮은꼴' (likeness)을 뜻하며 사람은 곧 신의 형상 혹은 이미지라 믿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많은 구약의 전문가들은 하나님 형상의 해법을 앞서 말한 통치개념에서 찾으라 권면한다. 마치 링컨 기념관과 그 조형물이 전하는 그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다는 건 하나님의 세상을 향한 통치와 다스림에 사람 역시 동반자로 부름받았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깊이 생각해야할 것은 하나님의 통치행위에 초대된 사람은 단지 극소수의 특권화된 계층 혹은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이 땅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고대사회에서 왕, 즉, 당시의 믿음대로라면, 신을 닮은 자의 수직적 다스림은 당연한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하지만, 성경이 전하는 태초의 창조이야기는 사람간 높고 낮음이란 계급가치를 뒤집어 버리는 가치전복적 가르침이었고, 이 놀라운 영적 메세지는 지금도 유효한 신의 계시인 것이다.

창조주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사람들…, 우리 모두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다스리심에 동참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세상을 살피고 관리하며 보존해 가는 건강한 다스림의 사명, 태초부터 시작된 '처음 그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우선 오늘 하루의 삶을 그분께 맡겨보자. 작고 소박한 삶의 자리를 그분께 내어드리고, 함께 가꾸어가는 영적 다스림의 삶…오래전 창조의 시간, 우리안에 불어넣으신 그분의 숨결을 느끼며 처음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동안 우리안에 참 하나님의 형상이 다시금 회복되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이재근
새물결 교회 (구 아이교회) 담임목사

이재근 목사 약력
- 새물결 교회 (구 아이교회) 담임목사
- 장로회 신학대학교 (M.div., Th.M.), Boston University (Ph.D. ABD, 전도와 문화 전공)
- KBS 1 Radio 보스톤 통신원 (2008-2015): 주간 리포트 & KBS TV 다큐 현지진행
Email: jgbrando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