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9!

타임슬립 (time slip) 혹은 타임루프(time loop)…,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장르… 개인적으론 tvN 10주년 작으로, 장르물에 특화된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2016)과 이보다 앞서 2012년부터 약 4년에 걸쳐 방영된 시리즈, "응답하라 1997, 1994, 1988”을 여전히 추억하고 있다. 특히나 예능PD로 시작해 코미디 드라마를 연출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조합은 X-generation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시대상을 응답하라 Trilogy 속에 완벽히 재현하는데…, 그렇기에 여전히 생생한 그 엔딩라인이다: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청춘, 추억, 그리움의 정서를 향한 이 놀라운 자극들은,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응답해야할 것들에 대한 또다른 사실을 부각시키는데…, 실상의 현실속에서 우리가 응답해야 할 대상은 오래전 그날이 아닌 바로 지금과 여기라는 것이다.

역사를 보는 눈엔 큰 흐름과 먼 안목으로 보는 말 그대로 거시적 관점과 디테일과 세밀함으로 들여다보는 미시적 관점이 있다. 그리고 이 두 관점 사이엔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모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 간의 만남, 조우, 혹은 충돌로 인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역사 속 노예 해방은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의 선포에서 비롯된다. 이 시대적 거대담론은 그러나, 20세기 중반에서야 보다 피부로 와닿는 이슈가 되고, 흑인해방, 흑인인권의 실질적 시작점은 로자 파크 Rosa Louise McCauley Parks라는 여성의 저항에서 비롯된다. 1955년 12월 1일, 흑백차별이 여전한 알라바마 몽고메리의 한 버스 안,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그 흑인 여성의 의지는 노예해방이란 거대 담론을 흑인해방과 인권운동의 현실로 빚어냈고, 어쩌면 그저 정치, 경제적 선언으로 끝날 수 있었던 링컨의 노예해방은 그렇게 5~60년대 미국민들에게 당면한 일상과 오늘의 문제가 되어진다. 달리 요약하면, 흑인 인권이란 거대한 역사는 로자 파크, 한 개인의 곧고 바른 응답에서 비롯됐고, 왠지 대단할 것 같은 역사의 물줄기는 늘 그렇게 펼쳐져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앙의 눈으로 보는 역사는 어떠한가? 앞서 말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크고 원대한 구원의 뜻은 언제나 미천한 듯 작고 여린 한 개인의 응답과 조우했고, 거기로부터 믿음의 역사는 생겨나고 지속돼왔다. 불타는 떨기나무 앞의 모세, 압도되는 하나님의 거룩을 경험한 이사야, 구원자의 어미가 되리란 충격적 뉴스를 접한 마리아…단지 개인에 불과한 이들의 응답은, 그러나, 영원을 향한 구원의 역사에 커다란 발걸음들이 되고, 나아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믿음의 응답이 지닌 그 역사적 함의를 일깨워주는데… 다시금 펼쳐진 새로운 시간, 2019년 새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구원의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와 질문, 도전 거리를 선사하며 우리의 응답을 요구할 것이다. 그 역사적 요청에 응하고자 우린 또 다른 고뇌와 번민, 갈등과 아픔, 슬픔과 괴로움의 날들을 지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과 같이 2019년의 오프닝 라인을 간직해보자.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우리의 2019년 새로운 날들이여…”

이재근 목사 약력
- 새물결 교회 (구 아이교회) 담임목사
- 장로회 신학대학교 (M.div., Th.M.), Boston University (Ph.D. ABD, 전도와 문화 전공)
- KBS 1 Radio 보스톤 통신원 (2008-2015): 주간 리포트 & KBS TV 다큐 현지진행
Email: jgbrando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