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잇(The Dark Knight)의 다크나잇(Dark Night)이야기…

"히어로 영화사상 최대의 사건, 역대 최고의 수퍼 히어로 영화…,"
2008년 개봉, 전 세계 누적 수입 10억 달러를 넘어선 "배트맨: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을 향한 찬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크리스천 베일(배트맨)과 히스 레저(조커)의 명연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탁월한 연출 등 호평이 이어지지만, 무엇보다 이 어둠의 기사 이야기는 전에 없던 수퍼 히어로의 내면적 갈등과 번민, 트라우마의 극복 이란 스토리 텔링에 기반해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냈다. 박쥐 영웅 배트맨의 시작점에 박쥐에 대한 공포가 자리한다는 역설과 함께…

어린 시절 소꼽친구 레이첼과 놀다 우물에 빠진 소년 브루스 웨인은 폐쇄 공간 속 극한의 공포를 경험하고, 그 공포 기제는 우물 안을 가득 채운 박쥐들에게 전가된다. 그 박쥐 공포증은 후에 웨인의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관람 중이던 오페라에 박쥐가 등장하자 두려워하는 아들과 함께 극장을 나선 웨인의 부모는 우연적 비극의 주인공으로 강도의 총격에 죽게 되고, 부모의 죽음에 원인 제공자라는 자책은 웨인의 사라지지 않을 박쥐 트라우마가 된다. 하지만,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탄생되는 지점, 티벳에 머물며 박쥐를 마주 대하는 훈련을 관통한 웨인은 평생의 상처이자 트라우마였던 박쥐의 형상으로 오히려 새롭게 거듭나는데…

16세기의 대표적 영성가 십자가의 성 요한(John of the Cross), 그는 수도원 개혁운동에 참여한 활동가이면서 또한 내면적이며 엄격한 관상 생활의 수도자였다. 그의 영성훈련과 영적 성장의 핵심은 '캄캄한 밤', Dark Night의 경험으로 알려졌는데, 세상적 욕망을 부정하는 동시에 감히 알 수 없는 하나님을 향한 깨달음의 길, 그것은 흡사 칠흑 같은 밤을 관통하는 경험이라 그는 말한다. 진리와 빛을 향해 나아갈수록 추하고 더러운 인간 영혼의 내면을 목격하면서, 그렇게 그 어둡고 긴 순례의 밤은 정화의 과정이자 하나님과의 일치를 향한 영혼의 길이 되어지는데…

오래전 영성가의 어둠의 경험처럼, 초인적 능력의 "The Dark Knight" 역시 어둠의 밤, Dark Night 을 관통해 성숙과 성장, 재탄생에 이른 것을 보며, 하루하루 평범한 우리네 일상 속에도 문득문득 그 '어둠의 밤' 이 찾아오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 평생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운명으로 승화시킨 그 어둠의 기사처럼, 내면의 어둠 그 깊음 속에서 빛의 절대자를 향한 영적 순례를 이룬 그 영성가와도 같이, 우리 역시 각자의 '어둠의 밤, Dark Night'을 통한 성장과 성숙이 있어지기를 바래본다.
일제와 6.25 동란, 독재와 민주화, 계속돼온 분단, 그리고 고단한 이민의 삶 속에 놓여진 지금 이곳의 나와 너, 우리의 현실… 기나긴 어둠의 밤이 되어온 이 모든 것들 또한 그 깊은 어둠만큼이나 풍성한 성숙과 성장의 계절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멋들어진 수퍼 히어로, The Dark Knight의 Dark Night의 그 끝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

이재근 목사 약력
- 새물결 교회 (구 아이교회) 담임목사
- 장로회 신학대학교 (M.div., Th.M.), Boston University (Ph.D. ABD, 전도와 문화 전공)
- KBS 1 Radio 보스톤 통신원 (2008-2015): 주간 리포트 & KBS TV 다큐 현지진행
Email: jgbrando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