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잠 못드는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할수없이 일어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보니,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졌지만 반쪽짜리의 달과 총총한 별들이 반짝인다. 오랜만에 올려다 보는 밤하늘이다. 집 기둥 모퉁이에 걸어놓은 노란색 풍경은 작은 바람에도 얇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고, 어디선가 먼 고양이의 울음 소리도 들린다. 뒷집 수영장 물 소리도 들리는게 아마 작은 짐승들이 그 속에서 놀고 있나 보다. 평화로운 한밤중의 풍경이다. 다만 혼자 여러생각에 넘쳐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밖으로 나와 있으니 머리도 마음도 맑고 시원하다.

언제나 매달 중순이면,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보낼 청구서를 만들어 보내 그 한 달을 마무리한다. 일을 계속하는 보람도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어려운 오늘처럼, 유난히 뭔지 모르게 잘 풀리지 않는 날도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고 있으면서, 갖가지 생각들은 엉뚱한 예전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몰래 갔었던 해수욕장 근처의 결핵 요양병원 골목에서 헤매이고, 눈은 숫자의 더하기와 빼기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실수투성이로 엉망진창인 것이다. 넘치는 많은 생각들을 멈출 수 없어 차라리 하던 일들을 멈추고 집으로 일찍 돌아와 버렸다. 그냥 그 생각의 끝을 따라 어디까지인지 가볼까 하다, 이럴 때는 다 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복잡하고 어지러운 많은 생각들을 다 던져놓고 잠시 다른 것들을 바라보다 보면, 세상 어려운 일들도 어쩌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편안해지며 어쩌면 새로운 평화스러운 밤을 보내게 된다. 밤하늘, 나무, 달, 별, 풍경 소리, 고양이 소리, 물소리,,,,,,

무언가 잘 풀리지 않거나 매일 하고있는 일상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복잡할 땐,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이라도 고개 들어 하늘도 보며 크게 숨도 쉬어 보면서 쉬었다가 가보자. 그렇다고 크게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니까. 조금 늦고 서툴러도 괜찮을 거다. 분명 내일 아침 일어나면, 꼭 해야만 하는 많은 청구서의 숫자가 잘 맞아 마감 날짜도 어기지 않게 될 것이며, 청구서 위의 많은 이름도 전혀 틀리지 않을 것이며, 하나씩 제대로 봉투에 잘 넣고 각각의 우표를 붙인 체 날아가, 새로운 다음 달의 나의 일을 만들어 주며, 그것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늘 그랬듯이. 또 가끔은 많은 생각들 때문에 미처 잠들지 못한 체 서성이다, 문득 밤하늘의 달과 별도 보며 또 한편으로 안도할 것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