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안 아프게 침을 맞을 수는 없을까요

침의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맞기가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침치료를 받을 때 느껴지는 통증과 여러 생소한 감각들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득기(得氣)'라고 일컫는데, 안타깝게도 이는 효과적인 침치료를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감각입니다. 득기는 '기가 이르렀다 또는 도달했다'는 뜻인데, 혈자리를 제대로 찾아 알맞은 시술법으로 자침해서 특정 감각을 느껴야 비로소 치료효과가 선명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 고서에서는 득기의 대표적인 감각을 쑤시듯 시큰하고(산酸), 마비된 듯 감각이 무뎌지고(마痲), 묵직하고(중重), 부풀어 오르는 듯한 팽만한 압력(창脹) 등의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그 외에도 냉감, 온감/열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등의 다양한 득기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본 침치료의 기대효과는 국소부위에서 유발되는 면역 및 화학작용 뿐만 아니라 뇌까지 전기신호를 전달해 발생된 생리기전을 포함합니다. 이 중 '득기'는 말단의 신경섬유를 통해 수집된 감각정보가 전기신호로 뇌에 전달되고 인지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감각수용체의 역할을 하는 신경섬유는 직경과 전달속도에 따라 A, B, C 섬유로 나뉩니다. 직경이 가장 크고 전도속도가 빠른 A섬유는 다시 A-α, A-β, A-γ, A-δ 등의 네 종류로 구분되고 그 다음 B, C 순서로 직경이 작아지고 전도속도도 느려집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통각수용섬유인 A-δ와 C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감각들은 통증으로 인지되기 쉽습니다. A-δ섬유로 전달되는 묵직함과 냉감, C섬유로 전달되는 시큰함과 온감/열감, 또 두 섬유가 모두 관여하는 pin-prick(바늘에 찔리는 느낌)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득기감을 더 강하게 해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기법도 있습니다. 침을 회전시키거나 침체를 긁고 튕기는 등 시술자가 직접 손으로 조작을 가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환자의 호흡법 또는 침을 꽂는 방향과 각도, 침의 굵기와 길이 등으로도 득기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침치료에 있어 득기감은 필수이지만 사람마다 체질, 체력, 통증을 느끼는 역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증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면 억지로 참지 말고 침의 깊이나 각도, 위치 등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