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지루한 한인행사 이제 그만

지난 2년여에 걸친 팬데믹 상황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나라가 없고 사회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은 분야도 거의 없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거치면서 특히 문화계는 암울한 터널을 지나가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영화계와 음악계, 예술계 등이 불황을 맞으면서 수많은 관련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을 찾아 나선 시기이기도 했다.

웬만한 극장이나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고 비대면의 문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새 공룡매체를 등장하게 했다. 극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영화나 음악을 보고 듣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비록 화면은 작지만 고화질의 영화나 드라마, 뉴스나 예능프로그램을 장소에 구애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문화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국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오징어 게임' 등 화제의 드라마를 탄생시킨 것도, 수많은 유튜버들이 활동하게 된 것도 결국은 팬데믹을 벗어나려는 자구책이었던 것이다. 이제 마우스 클릭 몇번 만, 셀폰화면 터치 몇번이면 세계 곳곳의 유명 아티스트의 연주실황이나 수준높은 공연을 시도때도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팬데믹을 벗어나며 오프라인으로 공연도 재개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온라인으로는 느낄수 없는 현장감이 있어서인지 대형 무대공연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한국걸그룹 '블랙핑크'의 공연이나 산타클라라 리바이스스타디움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에는 수 만명의 관객들이 열광하는 성공적인 콘서트로 기록됐다.

예산이나 규모를 보면 비교도 할 수 없지만 한인사회에서도 이런 문화공연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피면서 시작되고 있다. 한인합창단이나 클래식연주자, 대중음악인들이 작은 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을 모으고 있지만, 적은 예산이나 관심도가 낮아서인지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전처럼 각지역 한인회가 주최하는 '한국의 날 문화축제'들이 본격적으로 시작을 못하기도 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식상한 전통부채춤과 삼고무 공연만으로는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역부족이고, 지역의 K-POP 댄스팀의 공연도 유튜브로 보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유치하게 보일 것이다. 꼭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음악회나 유명 대중가수가 아니더라도 기획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고 성공적인 공연이 될 수 있다. 예산만 탓하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서 짜임새있는 연출이면 천 명 관객정도의 공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도 무료로 보겠다는 근성을 버리고 기꺼이 그 댓가를 지불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성사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