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낯설음

귀뚜라미는 벌써 울고 있었다. 편안해지려 하고 쉬운 것만 찾다, 계절의 변화에도 세상의 흐름에도 아니 주위 사람 모두에게도 무심했었다. 낯설어해야 한다. 익숙함과 편안함보다는 새로움으로 바라보아야,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어 또 다른 소중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긴 세월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코 쉽지 않은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사랑이라는 이름의 궁금함도 두근거리는 심장과 그리움마저도 잊어버린 채, 이어져 있는 인연 그대로 살아간다.

서울에 살고있는 제일 친한 - 늦게 결혼해 한참을 애기들 기르는 것에 힘들어하는 - 친구가 동네 어린이 놀이터에서 느닷없이 물었다. “넌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긴다면 지금의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미처 답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자신은 갖고 있는 것에 다시 두근거림을 만드는 편을 택한다고 하며, 놀고 있는 애들을 눈으로 따라가며 웃고 있었다. 기가 막힌 대답으로 놀란 나는 지금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또 놀라게 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러다 보니 오늘 밤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실은 하도 오랜만에 올려다본 밤하늘이라 북두칠성이 어느 쪽에 있었나 하면서 잃어버린 하늘을 바라본다. 고개만 들어도 보이는데 참으로 무심했다.

언제나 그러듯 늘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것이며 내가 아니면 안될 거라는 세월의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생활도 참으로 아주 많이 무심했었다. 헤어지기 싫어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으려 하였고 작은 말 한마디에 크게 소리 내 웃으며 눈 한번 마주치면 더없이 두근거렸던,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 멋진 낯설음으로 시작하는 사랑의 되돌이 음표를 – 비록 오래되어 낡고 바랜 인생이라는 오선지 위에 선명한 까만 잉크로 그려놓고서는, 깊은 사랑의 아름다운 연주를 시작하려 낡은 악보 펼쳐가며 연습 중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