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5월의 아버지

지금도 여전히 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나에게 있어 아버지는 사랑이다. 5월이 오면, 옛날 집의 노란색 덩굴장미 송이송이 창가에 피어나고 작은 연못 속의 살찐 잉어들과 늘 소리 내싸우든 남동생들과 병원 일 끝내고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시며 엄마를 찾으시든 아버지의 모든 것이 다 그립다. 그곳에서 5월의 첫날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얼마나 떠나고 싶지 않으셨는지 그때의 나이를 넘긴 지금이야 비로소 알 것 같다. 서울에서 혼자 학교 다니는 딸을 만나러 새벽 첫차를 타고 오셔서 학교 다리 앞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기다리고 계시든 모습과 결혼식 끝난 후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큰절 올리는 순간 크게 소리 내 우시든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사랑도 능력이라고 한다. 기꺼이 사랑을 주는 법도 그것을 고스란히 받는 법도 저절로 태어나면서 생기는 유전자가 아니라 하나씩 배우면서 터득하는 거란다. 늘 아버지는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우리 딸은 나중에 그 사랑 주는 법을 알아 더 큰 사랑을 받을거야” 하시면서 머리 쓰다듬어 주셨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또 세상의 지독한 가뭄 속에서도, 언제나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촉촉한 사랑으로 적셔주고 계신다고 믿고 있고 그것으로 내 인생은 충분히 행복하다. 이런 상상으로 점점 더 세상의 물기 빠져가는 몸과 마음 거뜬히 적셔가며 등짝 하나 꼿꼿이 세우고 살다, 또 하나의 어버이날에 사랑을 떠올린다. 그런 사랑을 남기고 싶다. 기꺼이 나의 몸으로 생겨난 아이가 문득 혼자 되어 외로움으로 서성일 때,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옹달샘 하나 샘솟게 해주고 싶다. 세월이 많이 흘러 사느라 돌보지 못해 까칠해진 두 손으로 어느 날 사랑 한 모금 적시며 위로받는 아이를 상상하면서, 오늘 나의 몫을 아버지처럼 채워간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