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만나다, ALL THAT JAZZ

"재즈는 편한 음악이 아니에요. 얼마나 치열하게 대결하는지 직접 봐야 해요. 서로 충돌하고, 다시 타협하고, 매번 새로워요. 정말 흥분되는 음악이에요."
- 영화 '라라랜드'

우리의 삶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일도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늘 해오던 일 때문에 수없이 좌절하기도 하고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화가 날 때도 있다. 이 모든 삶의 순간들을 재즈의 선율 위에 얹어 사람들의 마음에 힐링을 가져다 준 영화 <라라랜드>.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와 무명 배우 지망생이 삶을 공감하며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 품고 있는 마음의 무게 마저도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들의 시간들도 특별하게 되돌리게 해주는 힘.
저마다 가진 색은 모두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힘.
슬프고 힘들지라도 하나의 통로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
'재즈' 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재즈(Jazz) 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흑인 뮤지션들이 연주하던 스타일을 말한다. 재즈는 즉흥연주를 주로 하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들의 느낌과 표현에 따라 같은 곡도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남부 지역은 음악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지역으로 손꼽힌다. 미국의 남부 지역은 대중 음악의 뿌리이자, 탄생지이다. 뉴올리언스의 재즈와 블루스, 멤피스의 로큰롤, 내슈빌의 컨트리 팝 등 모든 음악의 출발은 남부에서 였다. 특히 남부 미시시피강 유역의 델타 지역 또한 블루스의 산지로 남부지방의 깊은 역사만큼이나 블루스 음악의 깊은 숨결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시시피 강을 따라 미국의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인 61번 하이웨이를 사람들은 <블루스 하이웨이 61> 이라 부른다. 이 길을 따라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다양한 대중 음악의 장르들이 전해졌기에 미국 남부를 여행하며 만나는 모든 음악들은 도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재즈의 역사를 살펴보면 요즘 유행하는 '힙하다' 라는 어원을 만나게 된다. '힙하다' 라는 말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인데 이 말은 1940년대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재즈를 좋아하고 즐기는 백인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당시 '힙' 이라 불리며 재즈에 푹 빠졌던 백인 젊은이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힙스터(Hipster)'라고 불리기 시작하며 흑인들이 탄생시킨 재즈를 미국 주류 음악으로 발전시켜 대중 음악의 대열에 올려 놓았다. 이는 재즈라는 음악을 널리 알려지게 하는데 꽤 의미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1920년대 재즈라는 음악 장르는 낡고 어두운 술집에서 연주하는 흑인들의 천박스러운 음악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즈 뮤지션들에게 나이트클럽이나 술집 등은 중요한 일터였고 이런 향락 업소들에 의지해 음악이 발전해왔기 때문에 재즈에 대한 편견을 쉽게 벗기 어려웠다.

하지만 재즈는 흑인들만의 음악은 아니었다. 흑인의 감성과 백인의 문화가 결합된 음악이었다. 유럽인들로 인해 흑인 노예들의 슬픈 삶이 시작되었고, 매일을 힘들게 살아온 흑인들에게 음악은 유일한 치유 이자 희망이었다. 유럽인들이 듣던 클래식 음악 스타일에 흑인들의 리듬과 감각이 더해지고 새로운 장르로 변형이 되며 발전된 재즈. 때문에 재즈는 깊고 진한 울림을 갖고 있다.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재즈는 미국에서 나아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악이 되었다. 어느 도시나 유명 재즈 연주자들의 공연은 항상 펼쳐지며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세계 곳곳에서는 유명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을을 즐기는 방법!
바로 '재즈를 만나는 일' 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표현하는 깊이만큼 우리의 감성을 깊어지게 해주는 재즈.
차가운 바람과 함께 재즈 선율에 몸과 마음을 기대보면
은은하게 마음을 적시는 재즈 선율에 흠뻑 빠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뉴올리언스
New Orleans, Louisiana

뉴올리언스는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다. 그래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유럽풍의 건축 양식과 미국 남부의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다. 이곳의 감성과 인종, 문화는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크레올(Creole)의 문화와 낡고 오래되어 보이지만 강렬한 매력으로 사로잡는 풍경들은 도시 곳곳을 열정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뉴올리언스 하면, 단연 <재즈(Jazz)> 다. 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아는 '루이 암스트롱' 이 태어난 도시이자 재즈의 탄생지. 도시는 음악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들은 음악과 더불어 살아간다. 거리를 가득 채운 뮤지션들은 다른 곳에서 흔히 보는 버스킹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를 자랑한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재즈를 찾아 갈 필요가 없다.
발길만 옮기면 각양각색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는 곳.
어느 곳이든 재즈(Jazz)가 있다.

프렌치쿼터 French Quarter

프렌치쿼터의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재즈의 선율을 무료로 감상하는 것은 뉴올리언스를 여행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프렌치쿼터는 뉴 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 곳곳에는 버스킹을 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가득하고 흘러나오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자유로이 춤을 추는 젊은이들도 볼 수 있다. 프렌치 쿼터에는 재즈와 블루스, 팝과 락 등의 음악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바와 공연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데, 특히 버번 거리(Bourbon Street)와 로열 거리(Royal Street)에서는 수준 높은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트럼본, 콘트라베이스 등 브라스 악기, 기본 어쿠스틱 기타 밴드, 빨래판과 양동이 등을 악기 삼아 연주하는 밴드들 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프리저베이션 홀 Preservation Hall

뉴올리언스에 가면 누구나 꼭 찾게 되는 곳이 바로 재즈 클럽이다.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으로 꼽히는 '프리저베이션 홀' 은 뉴올리언스 재즈의 성지라 불릴 만큼 재즈의 산증인과도 같은 장소다. 이곳은 재즈를 기념하기위해 1961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최고의 라이브 공연이 매일 저녁 열리고 있다.
내부는 1961년에 지어진 모습 그대로 낡은 나무 바닥과 오래된 액자들 몇 개가 전부다. 50여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연장, 마이크도 앰프 조차도 없는 무대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재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뉴올리언스 재즈 박물관 New Orleans Jazz Museum

뉴올리언스 재즈 박물관은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재즈의 발상지에서 빠질 수 없는 재즈의 역사를 만나볼수 있는 이곳은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했던 악기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재즈의 아버지 '루이 암스트롱' 이 1917년 첫 앨 범 녹음 때 사용했던 트럼펫의 일종인 코넷과 패츠 도미노의 피아노도 구경할 수 있다. 또 1905년부터 1950년 중반까지 다양한 형식의 레코딩과 뉴올리언스의 콘서트나 페스티벌의 등을 기록한 영상들도 있다. 그 밖에도 19세기 초 재즈의 시작을 보여주는 사진들과 LP 판 등이 전시되어 있고 다세대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시설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 2층 공연장에서는 지역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도 열린다.

시카고 Chicago

재즈는 뉴올리언스에서 처음 탄생해 미국 북부로 확산되었다. 미시시피강 유역에 살던 흑인들은 더 나은 일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했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카고였다.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까지 이어진 길 위에는 삶의 희망을 향했던 흑인들의 애환 뿐 아니라 재즈와 블루스의 역사가 함께 했고 미국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도시 시카고에 재즈는 그렇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시카고는 젊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다. 그리고 오랜 전통을 중요시하는 역사의 도시이다. 1920년대부터 시카고에는 재즈가 활발하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루이 암스트롱, 죠 킹 올리버, 젤리 롤 모튼 등의 유명 재즈 뮤지션들도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로 이주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카고만의 재즈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흑인들의 전유물이라 했던 재즈에 백인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곳도 시카고 였다.

그렇게 매일 저녁이면 수많은 클럽에선 재즈와 블루스가 흘러나온다. 특히 재즈보다는 무겁고 흑인 소울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음악인 블루스는 시카고를 더욱 대표한다. 시카고의 음악이 유명한 이유는 재즈와 블루스 모두 시카고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카고의 도심 골목은 어디에서든 늘 음악이 흐른다.

재즈 쇼케이스 Jazz Showcase

재즈 쇼케이스는 재즈 애호가이자 재즈 뮤지션 Joe Segal 이 1947년에 오픈하고, 현재도 운영 중인 재즈 클럽이다. 조지벤슨과 밀트잭슨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이곳에서 공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디지 길레스피는 수년간 자신의 생일이면 이곳을 찾아 공연을 가졌다. 현재도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이 매일 밤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린 밀 재즈클럽 The Green Mill

그린 밀 재즈 클럽은 시카고에서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3대 명소에 꼽히는 곳으로 자정 넘어 문을 열어 새벽까지 공연이 이어지기 때문에 늦은 시간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꼭 찾아보면 좋은 클럽이다. 시카고 갱단의 두목인 알 카포네가 즐겨 찾던 곳이며 영화 '대부' 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 미국 시 낭송 경연인 포이트리 슬램(Poetry Slam)의 발상지로 아직도 매주 일요일에는 시 낭송 대회가 열리고 있다. 클럽 내부는 작은 크기이지만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으며 재즈 선율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며 음악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다.

킹스톤 마인스 Kingston Mines

재즈와 블루스 연주자들도 들려서 음악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킹스톤 마인스는 5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카고의 정통 라이브 클럽이다. 매일 밤 2개의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데 재즈나 블루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면 흐르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어느새 음악을 즐기게 된다. 링컨 파크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허름한 외관의 클럽이지만 수준 높은 공연으로 꾸준히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4시까지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음식도 꽤 수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