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사랑 그 소중함
사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뽀송한 털이 여전히 부슬거리는 아기 강아지 같은 사랑이라도 낯선 여행지에서의 수많은 사람 속 잠시 스쳐 지나가는 눈빛의 사랑이라도, 미워하고 싫어하고 원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왠지 모르게 점점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을 따뜻함 대신, 감정의 솟구침을 감추지 않은 채 그대로 분출되는 분노의 무서운 이야기들이 늘어가는 아침 뉴스에 눈을 감는다. 언제나 더 좋은 행복한 날이 기다리고 있는 내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고 또 믿고싶다. 해가 짧은 겨울 하루를 끝내고 다리에 둔 힘 내려놓고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오는 -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 간지럽고 유치하지만, 저절로 입가의 미소가 생겨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잔잔한 그러면서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시간으로 견디며 이루어가는 사랑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고 또 즐겨본다. 비밀스럽고 위태로운 삼각관계도 아니고 오래 준비한 무서운 복수도 없고 또 지독한 원망의 과거도 없는, 특별히 유명하고 이쁘고 잘생긴 주인공이 아닌 담담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바라보며 헤어지는 줄거리로 내 마음은 담겨진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마음을 유난히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로 놀라게 감동을 주어야 하고, 만난 날을 기억하여 지나가는 숫자의 날짜로 확인하는 사랑보다, 그냥 견디며 지나온 시간으로 다듬으면서 이어가는 사랑이 진심이라 믿는다. 스스로 오랫동안 지키고 가져온 수많은 것 중에 나의 오래된 사랑도 함께 있다. 20살도 되기 전에 만나 지금까지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 아픈 무릎을 다독이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품은 마음은 다른 색상으로 더 이상 번지지도 바래지도 않을 것이고, 오로지 - 사랑 그 소중함으로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매년 2월이면 유난히 붉은 장미가 많이 보인다. 100만 송이 장미의 향기가 한꺼번에 번져 나가는 사랑의 달이다.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보다 - 견뎌내고 버티면서 지켜온 오랜 시간도 대견하지만, 비록 짧은 하루만의 풋사랑이라도 사랑하는 것이 더없이 좋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