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불통(不通)의 리더십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과 의견, 감정 등을 교환하며 공동의 이해를 갖는것을 소통(疏通)을 한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언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원리는 정치와 사회분야에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기업에서도 소통이 가능한 인재 양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으며, 수직적 명령이 원칙이었던 군대에서도 장병들에게 설문을 통해 급식메뉴를 관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소통과 공감이 중시되고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소통의 부재를 호소하고 있을까? 다른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대화는 하지만 그 언어에 담겨져 있는 진짜 메세지에 집중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심을 모르고 부족한 대화만 계속된다. 결과적으로 가정에서는 불화가 생기고 조직은 와해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래서 리더들은 항상 진정한 소통을 통해 조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국내외 뉴스를 보면 각 나라에서 갈등을 겪는 우울한 소식들이 주를 이룬다. 팬데믹 후에 인플레로 인한 경제위기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각국의 정부와 지도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쫒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는 국민만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큰소리 치고서는 당선되면 국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지도자가 어디 한둘인가. 이를 지적하는 언론과 여론에 나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말로를 봐 왔을텐데도 아랑곳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권이 바뀐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국정지지율이 40% 도 안 나온다는 것은 이미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도자의 신뢰가 바닥을 칠 때 예전의 경우라면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거나 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국가부도사태에 빠진 스리랑카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궁과 총리 자택을 점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가슴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이 지역에서도 한 한인단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자칭 북가주의 대표한인회라고 자랑하던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회장의 불법적인 임기연장과 회관공사 회계문제로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직회장들과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현 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는 과히 예전의 독재자들을 연상시킨다.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을 쥐고 있으려는 동네 이장님의 불통(不通)리더십에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