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Land 의 매우 배드 한 추억
몇 해 전 어느 가을날, 필자는 사우스 다코다 주의 배드랜드 국립공원을 방문 한 적이 있다.
광활한 대 평원에 들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들판을 지나며 들소들의 사진도 찍고 햇살도 즐기며 여유롭게 오후를 즐긴 값은 너무나도 그 대가가 비쌌다.
그 여행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의 유적을 찾아 나 홀로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 일행이 없이 홀로 자유를 만끽하는 호기도 있었지만 의논 할 대상이 없는 섯부른 판단이 실패를 하기도 일쑤여서 내가 계산한 낮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실패를 하고 고생을 했던 여행이 더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막상 그날은 죽을 만큼 두렵고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밤길 달빛이 교교한 낯선 사막을 헤매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정말 달빛 밝은 낯선 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두운 밤길에 내 자동차에서 쏘는 헤드라이트의 불빛에 선명하게 들어 난 물체를 보며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덜 무섭다. 달빛이 환하게 비춰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시커먼 나무와 산과 그림자들을 보게 될 때 나는 무서움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내가 원해서 간 것이긴 해도 나의 몇 해 동안의 혼자여행에 배드랜드처럼 나를 무섭게 맞이해 준 곳은 아직 없었다.
와이오밍 주의 데블스 타워에서 한낮에 떠난 나는 동쪽으로 운전을 하며 지도상에 나타난 도로를 버리고 구글 맵에서 가르쳐 주는 네비게이션 을 따르기로 했다. 한낮 동안은 사물을 분별 할 수가 있고 태양의 흐름으로 동서가 구별이 되었으니 두렵지 않은 마음으로 처음들어 선 사우스 다코다 주의 낯선 풍경을 즐길 수 있었으나 내가 도착을 해야 할 목적지에 도착을 하기 한참 전에 날이 어두워지자 난 조금씩 초조해 지기 시작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네비게이션은 나를 곤경 속으로 데려가기 시작을 했다. 과학은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을 만큼 대단히 계산적이기는 하지만 감성 능력이 없고 무엇보다 컴 온 센스가 없다.
어두운 밤에 거리가 좀 멀더라도 큰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고 또 시간상으로 절약이 된다는 것을 알 리 없는 기계는 인적은 커녕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도 않는 산속 비포장 도로 20마일로 나를 안내하기 시작을 했다. 처음엔 그저 조금만 가면 마을도 나오고 도시가 시작되려니 하며 들어 선 낯선 밤길은 나를 불안초조를 넘어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맨붕 상태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빨리 달릴 수가 없는 산속 왕복 2차선 비포장도로는 키 큰 나무들이 귀신처럼 그 검고 희끄므레 한 몸체를 달빛에 들어내고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줄지어 서 있었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들어 선 산길을 난 되돌릴 수조차 없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물속과 귀신인데 그 달빛아래의 내 눈에 보여 지는 모든 것들이 귀신으로 보였다. 나는 울듯 한 마음으로 포장도 안 된 그 터덜거리는 길을 달리던 20마일이라는 거리가 그때처럼 길게 느껴지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동서로 길게 구획이 정해져 있는 배드랜드 국립공원의 서쪽게이트를 향해 나 있는 그 길이 끝날 때쯤은 지면이 질축한 진흙으로 이루어져 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가지도 못했다. 배드랜드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게이트에 도착을 한 시간은 밤 9시 50분이었다. 비지터 센터의 간판이 보이고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건물의 게이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다시금 절망감에 빠져버렸다. 게이트를 지키던 공무원은 게이트를 잠그고 퇴근을 한 후였다. 나는 너무나 피곤에 절어서 오피스 건물 앞에 차를 세운 채 쪽잠을 자려던 생각이었는데 그 꿈이 사라지고 다시금 절망의 늪으로 빠져버렸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은 인터넷 난청지역이라 이미 구글도 안내하기를 거부했고 전화조차 두절이 되어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사막 속에서 귀신을 무서워하는 나 홀로 오롯이 어둠속에 멈추어 있게 되었다. 나는 절망감 속에서 배고픈 느낌을 가질 새도 없이 자동차 안에서 지도를 펴 내가 잠을 잘 수 있는 캠핑장을 찾기 시작을 했다. 아니 다시 말해서 인가가 있는 작은 마을이라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름이 배드랜드로 붙여진 이 배드 한 사막엔 인가가 있는 마을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나는 100마일도 넘는 동쪽 게이트까지 가야만 했다 나는 지친 몸을 격려하며 지금부터 달려야 할 백마일은 비포장 20마일보다는 훨씬 더 훌륭하다고 자신을 격려하며 달리기 시작을 했다. 사우스 다코다 주의 끝없는 평원은 조그마한 마을도 없이 나를 두렵게 했고 드디어 자정이 가까울 무렵 몇 번의 길을 놓치고 헤매던 끝에 캠핑장을 찾을 수 있었고 파킹랏에 차를 세운 후 자동차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서너 시간을 곤히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새벽에 어렴풋이 보이는 배드 랜드의 그 살벌한 풍경을 보며 이 세상이 아닌 듯 보이는 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날카로운 바위들이 있을까. 이곳은 마치 100년 전쯤에 융기가 된 듯 전혀 다듬어 지지 않은 톱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들이 서 있었다. 아직 해가 솟아오르기 전의 여명에 나는 아직도 피곤하여 무거운 몸을 일으켜 사진을 담으려고 준비를 했다. 무거운 카메라와 그보다 더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가서 언덕에 올라가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며 해가 솟아오 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해가 솟아오르고 붉은 빛이 거대한 돌 산 위에 빛나기 시작을 할 때 어제의 그 불안했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기분이 나를 다시 길 위에 내 세우는 것이다.
사우스 다코다 주의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동쪽 게이트에만 캠핑시설이 되어 있고 식당이 하나 있다. 내가 교교한 달빛에 100마일도 더 달린 길은 서쪽 게이트에서 동쪽 게이트까지 겨우 도착 한 셈이었다. 해가 날카로운 능선위로 떠오르고 아침 햇살이 온 누리에 비치자 선명하게 들어나는 날카로운 능선들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꼬르륵 거리는 뱃속을 달래며 생각을 해 보니 전날 점심을 먹은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내었다. 배드랜드의 유일한 식당의 문을 열자 구수하고 훈훈한 음식 냄새가 커피의 향과 더불어 나의 허기를 더욱 부추기며 안도와 행복감 속으로 나를 인도 했다. 생각을 하니 9월 30일 바로 내 생일날 아침이었다. 전날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였던 나는 누구라도 좋으니 말이 너무나 하고 싶어 음식을 주문하며 웨이츄레스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을 걸었다. 주문을 받던 여직원의 축하한다는 밝은 인사를 받으며 커피를 머그잔 가득히 따라서 테블에 놓은 채 전화기를 켜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페북을 열었다. 아, 그곳엔 어제에 이어 나의 친구들이 보내 준 생일 축하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드랜드에서 맞은 내 생일은 페북 세상의 내 친구들이 보내준 수 많은 축하 메시지와 함께 전날의 불행에서부터 나를 건져 올려 가장 행복한 아침으로 이끌어 주고 있었다. 전날 밤에 귀신처럼 늘어서서 나를 조롱하던 검은 나무들과 거대한 바위들이 나의 생일 아침에 밝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역마살을 이기지 못하고 늘 길 위로 나서는 여자에게 쏟아지는 찬란한 역사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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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다코다 주에는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1903년에 지정된 윈드 케이브 국립공원(Wind Cave National Park) 과 배드랜드(Bade Land National Park)국립공원이다.
이중에 197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프레리로 불리는 대평원 지대에 위치한 바위산 지대에 있으며 면적은 982.40km² 로 동서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광대하고 거친 바위산과 언덕이 솟아 있고 프레리 대평원에는 수많은 버팔로가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 주변에는 버펄로 갭 국립초원이 있어 초식동물인 버팔로가 살아가기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정리가 잘 된 도로를 달리다보면 수많은 가족들로 이루어진 버팔로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거칠어 보이고 덩치가 큰 이 동물들이 의외로 순 하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버팔로들은 오랜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었던 인디언들에게 주요 식량 공급원이 기도 했다.
초원지대의 깊은 협곡과 함께 날카롭고 뾰족하게 서 있는 바위산들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배드랜드 이다. 배드랜드는 이 근처를 흐르는 미주리강과 화이트강의 여파로 인해 점점 침식되는 과정을 거치며 깊은 협곡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일년에 약 6인치씩이나 깊은 협곡이 새로 파인다 하니 자연의 현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밋밋하고 황량한 배드랜드의 땅속엔 지구 역사의 산 증인들이라 할 수 있는 동식물의 화석들이 발견이 되는데 짧게는 2천만 년에서 8천만 년 전에 지구에 살았던 희귀한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 되므로 역사적인 가치를 잴 수 있는 화석의 보고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지층이 형형색색의 지층으로 이루어진 것은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주변의 거대한 산인 블랙 힐스 에서부터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온 퇴적물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하는데 기이하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색을 띄고 있기도 하다. 982.40km² 라는 광활한 면적의 드넓은 프레리(미국의 초원지대) 위로 솟아 있는 날카롭고 기이함을 느끼게 되는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의 광활함과는 또 다른 완전한 고요의 극치를 맛보게 한다. 나무 한포기 자라지 않는 고요함의 극치, 강은 커녕 냇물 하나 흐르지 않는 완전한 황무지. 지나가는 바람소리 외에는 너무나 고요한 이곳, 글자 그대로 완전한 고요속 초원의 황무지를 느껴보고 싶다면 배드랜드를 가 보아야 한다.
근처엔 아름다운 숲속의 블랙 힐스와 러시모어 대통령의 조각상도 있어 배드랜드 국립공원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많다. 특히 블랙 힐스근처의 대드우드에는 옛날 금광의 명맥을 이어가듯 지금도 사금채취를 할 수가 있어 재수가 좋으면 금덩이를 득템 할 수도 있으니 한번 쯤 즐겨 볼만 하다.
Writer_ Joyce Lee (조이스 리)
하는 일 : 2008년부터 현재까지 Art Magazine Reporter
...한 일 : 한국과 LA에서 사진전 10여 회
...저 서 : 2012년 여행 에세이 <지구별 한 귀퉁이에 서서> 펴냄
2014년 사진 에세이 <나의 전생은 인디언> 펴냄
2016년 여행 에세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