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시 스토리 권정아

Q. 시호시(SHIHOSHI)는 어떤 브랜드인가?

A. 나와 딸(시호)의 일기장을 글 대신에 옷으로 표현한 오브제다. 글대신 옷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성향과 맞는다. 일상의 스토리를 디자인으로 표출하고 느낌은 색상으로 표현하는 나에게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하다보니 세상으로 나와 얼떨결에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Q. "시호시 스토리"란 책을 내게 된 배경과 독자들의 반응은

A. 어릴 적부터 경험한 유럽생활과 결혼과 더불어 시작된 일본생활의 영향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평소 자신의 나이나 위치를 따지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성향을 주위 사람들이 특이하게 여겨왔고, 일본에서 시작한 소셜 네트워크의 글과 사진들로 오래전부터 출판에 대한 제의가 있었다. 패션과 스타일쪽의 책이라 겉으로 화려함에 대한 선입견이 있겠지만 클래식한 스타일과 일상적인 삶,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Q. 패션 혹은 브랜드란?

A. '패션' 이란 단어와 뜻자체가 옷에 국한된것이만이 절대 아님을 전달하고 싶다. 일상에서도 '패셔너블' 이라는 뜻은 일상을 여유롭게 혹은 미소 짓게 혹은 질서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브랜드란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이다. 결국엔 나만의 성향과 의지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을 다시 해봤자 세상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들에 대하여 연연하지 아니 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해 어떠한 강렬함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연결된다. 궁금증이 유발되면 사람으로써 혹은 옷으로써 그 아이덴티티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결국엔 브랜드니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즉 자신만의 스토리를 나눌 줄 아는 자존감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좋은 스펙과 실력을 가지고도 브랜드를 만들긴 어렵다. 스펙이나 실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이들은 넘쳐난다. 특히 요즘 세상엔 더욱 더.

Q. 딸 시호와의 사이는?

A. 시호에게 '시호엄마' 이기에 나눔이 가능한 것들을 찾으려 한다. 책에서 혹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 들을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고지식한 것들에 대해 굳이 딸과 나눌 필요가 있는가? 아이들은 자기 엄마가 아니면 나눌 수 없는 오히려 좀더 가까운, 좀더 통쾌한 관계를 원하는건 아닌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보통 부모들은 자식에게 '정직' 혹은 솔직'을 강요하면서도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고 감추는데 급급하지는 않은가? 반면 내 딸은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한없이 고마운 친구이다.
나 역시도 시호에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나타내고 표현하더라도 점수매기지 않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주고싶다. 내 딸은 남편의 성향을 많이 받은 아이라 내 옆에 남편의 존재가 없더라면 난 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모르는 채로 딸과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많은 엄마였다. 시호는 남편의 장점을 혹은 나의 단점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존재이자 동시에 사업 파트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린 엄마와 딸의 관계다.

Q. "시호시 스토리" 독자들의 서평을 읽다보면, "권정아씨는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하지도 혹은 아이에게 다 주려고 하는것 같지도 않다' 라는 댓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자녀 교육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A. 나에게 자녀교육이란 표현의 능력과 나눔에 대한 기술을 지원해주는 일이다.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기위해 싸우고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 애쓰기 보다는 무대 아래에서 관중이 되어 박수쳐주는게 더 멋지고도 큰 역할이 될 수 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싶다.
어째서 모든것을 반드시 '잘'해야만 하나? 모든것을 다 갖춘 이가 누구를 필요로 하겠으며, 당연한 것이 많은 이가 어디에서 감사함을 알고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내가 무언가에 대한 부족함이 있으므로 그것을 가진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미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내 안에 고여서 썩기 전에, 나눔을 행하여야 하는 상황 그것이 소통과 나눔의 시작이지 않을까?
딸이 모든것을 혼자 할 수 있으므로 아무도 필요로 하지않고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어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다는 건 엄마로써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Q.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은?

A. 내가 원하거나 강조하는 것들이 '옳고 그름' 이 아닌 그것들은 단지 내가 '좋고 싫음' 임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내 표현의 전달방식이 달라지며 남편이 변화되고 아이한테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이 전달되는 결국엔 가정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걸 느낀지 얼마되지 않았다. 결국엔 '훈련을 통한 치유' 다.

Q. 많은 엄마들 이외에도 싱글녀들 사이에서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스타일링은 핫이슈다.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하는데 명품이 필요한지?

A. 표현의 문제이다. 명품이든 그렇지 않든 나를 누를 정도로 그 모든것이 과하게 표출되다보면 몸에 걸친 것이 명품일지라도 천박한 물건으로 표현된다. 내가 차고 있는 시계는 남편의 결혼선물로 가죽끈만 여러번 교체한 것이고, 오른쪽에 차고있는 팔찌 또한 십여년전 친언니로부터 받은 시호의 출산 기념선물이다. 가장 나다워 보이는 것을 만나거나 받았을 때 더없이 기쁘다.
명품의 반대말은 '가난함' 이 아닌 '천박함' 이며 '비싼 옷을 걸친 사람은 옷만 눈에 들어오지만, 옷을 '잘 입은' 사람은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라는 말을 코코 샤넬이 남겼다. 매우 공감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미래에 대한 바램은 있겠으나 계획은 없다. 계획이 없는 것보다 내안의 기준이 없는게 더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는- 내 어깨에 짐을 올리는 계획을 세우느니 이미 내 안에가득찬 필요없는 짐을 버리는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아름다운 인간 즉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는 얼마나 얻고 무엇을 이루었나가 아닌 얼마나 주고 무엇을 버렸느냐에 달렸다는 걸 배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