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혜 한국 오토하프협회 회장, 음률과 문학을 꿈꾸는 나날들

- 장한 어머니상 수상
- 에피포도 예술상 수상
- 한국 오토하프협회 회장

1.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성장 과정은 어떠했는지?

어려서는 동네의 아이들을 몰고 다니는 골목대장이었어요. 어머니가 명절에 쓰려고 다락에 두었던 곶감을 가져다 동네 아이들에게 다 나눠주고, 심지어 빨랫줄에 널어놓은 북어의 눈까지도 빼주어 어머니께 꾸지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척 할머니집에 놀러가 등굽은 할머니를 돕느라 연탄을 갈아주다 깨뜨려 집에 불이 붙어 난리가 났던 사건도 있네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한 걸스카웃을 대학까지 이어 걸스카웃 일원으로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정신을 배우며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중 해마다 땀 흘려 하계농촌계몽을 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돌이켜 보니 그때의 시간이 봉사를 통해 저를 성장시키고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존중감을 키워준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2. 오토하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대학 총동문회 날 만난 석은옥 선배님께서 제게 "위만 보고 살지 말고, 내려다보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 활발히 사업을 하던 남편이 의료사고로 한동안 코마 상태로 있다 깨어나 오랜 병원 생활 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집에 돌아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리햅 센터와 회사를 번갈아 가며 운전해주고, 몸의 발란스마저 잃어버린 남편을 종일 수발하며 딸 둘을 키우고 있었어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때였어요. 후에 석 여사님이 세우신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북가주지회를 만들고 회원들과 봉사하고자 오토하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3.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아여모)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지요?

아여모는 심신이 약해질 때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인생을 위해 꿈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 개척하며,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랑과 선의 실천으로 한국인의 향기를 이웃에 전파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모임입니다. 소외된 곳이나 양로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음악 봉사를 하고, 결손가정 아이에게 장학금도 지급합니다. 또한 음악 봉사를 위해 매주 토요일 오토하프 연습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더믹 초기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었을 때는 회원들이 손바느질로 500장의 마스크를 만들어 양로원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4. 코윈의 장한 어머니상 1회 수상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제게 한국 여성가족부 산하단체의 제1회 장한 어머니상이 주어질 때 장한어머니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고생 많이 했다는 격려의 상으로 알고 받았습니다. 한순간에 찾아온 남편의 의료사고는 저희 가정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갔었습니다. 99% 성공, 1%의 실패 확률이 있다는 수술에서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었고, 깨어난 후에도 각종 보조 장치로 휠체어에 앉아 집으로 돌아왔어요. 남편의 생활을 도와가며 두 딸을 키웠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두 딸의 교육에 보다 열심을 내어 첫째는 고등학교를 동부로 유학 보내고 무난히 하버드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팜스프링스 근교의 아트 보딩스쿨을 보냈는데 우울증을 동반한 식이장애를 앓아 결국 집으로 데려와 병원에 입원시키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었으니 제겐 희망은 달아나고 절망만이 남아 있었어요. 그땐 한 집에 환자가 둘이 생기니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좌절과 괴로움뿐이었어요. 슬픔과 좌절을 망각하고 살려 했으나 참으로 외롭고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며 타협이었지요. 아무 소망도 없던 둘째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홈스쿨링을 시켰는데 비엔나르 유스 국제 미술 대회에서 금상도 타고, 각종 국내외 상을 휩쓸며 우수대학들에 복수 입학을 하게 되며, 건강도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고, 그래도 건강이 우려되어 멀리는 보내지 못하고 엘에이의 오티스대학에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해 헐리우드 스타들의 의상을 돌보고 유럽을 내집처럼 오가며 미래의 패션을 점치는 Fashion Forecaster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는 유명 업체의 이사와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5. 글쓰기는 어떻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틈틈이 짧게라도 일기를 기록했습니다. 그저 하루 한 문장씩, 때마다 감정 상태를 짧게라도 쓰고 나면 곧 긍정적인 마음이 되곤 해서였어요. 또한 일기를 통해 반성과 다짐을 정돈하며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생각을 분명히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는 대학 시절, 친한 친구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기 위해 대필하여 편지를 써주었더니, 그 편지가 효험이 있었는지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또 한번은 싫다고 해도 따라다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자 하는 친구를 대신해 절교 편지도 써주었더니 효험은 100 프로였죠. 그 소문에 애정 문제 있는 이들이 하나둘 찾아와 나는 곧 편지 대서소가 되었고, 그들은 내가 써준 편지를 사용하였지만, 정작 내가 좋아했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쓴 편지는 답이 없었으니.... 아마도 편지가 분실됐나 봅니다.

6. 지난 2021년에는 제25회 '에피포도 예술상'을 수상하셨는데 요, 음악과는 다른 분야에서 상을 받은 계기는?

어려서 특이병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집에 있을 때는 서재에 꽂아둔 문학 전집을 순서대로 읽으며 국문학 전공을 꿈꾸었으나 신문기자가 되어 일하는 큰딸 모습이 싫으셨던 완고하신 아버지는 가정과를 지망케 하시어 현모양처를 만들어 졸업 후 결혼시킬 마음이셨어요. 문학에 대한 갈망에 가끔 국문과에 다니던 친구 옆에 숨어 청강하곤 했는데, 교수님이 어느날 자작시를 즉흥으로 써서 제출하라 하셨고, 가만히 있기가 멋쩍어 몇 줄의 시를 써서 이름 없이 제출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름 없는 시를 제출한 학생을 찾으시니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찾아뵈었어요. 한복을 단아하게 입으신 김남조 선생님은 제게 틈틈이 글을 써서 가져오라고 하시고 청강도 허락하여 주시며 글을 배울 기회를 열어주셨습니다. 그날 쓴 시의 뒷부분이 생각납니다.

'태양의 분신으로 성숙한 노을
어찌하여 한 마리의 후조가 이처럼 방황해야 한단 말입니까?'

졸업과 취업, 결혼 등으로 예전처럼 글을 쓰진 않았으나 꾸준히 써오던 일기를 10여 년 전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며 뒤돌아보려고 쓴 글이 저의 자전에세이입니다. 누가 볼까봐 옷장 깊숙이 묻어놓았던 원고를 별 기대없이 수필 부문에 응모했는데 '2021년 에피포도 예술상 수필 부문 신인 작가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7. 오토하프 연주를 제대로 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어려서 피아노 선생님이 엄마에게 내가 소질이 없다고 소곤대던 말과 중학교 시절 합창반에 실격한 이유로 음악과 멀어졌지만, 대학 때 기타 잘 치던 친구 덕에 뒷동산에서 영어 공부라며 실컷 팝송을 부르고, 생맥줏집에서 유명 가수도 만나곤 하면서 음악이 다시 좋아졌어요.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10여 년전 봉사단체를 시작하며 오토하프를 접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악기 다루기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의례적으로 가방의 먼지를 털고 연습장으로 가고는 했어요. 언젠가 오랜 지병을 앓던 친구가 노래 한 곡을 꼭 연주해달라고 청해왔는데, 훗날 연습해서 꼭 들려주마고 약속했지만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박자 멜로디 하나도 제대로 못했던 저는 100일 계획을 세우고 연습에 들어갔고, 때마침 하프계의 권위자이신 선생님을 만나 악보를 만들고 가망성이라고는 없는 제게 긍정의 기회를 주시고 격려와 인내로 지도해 주셨습니다. 친구가 떠난 3주기 행사에서 친구가 원했던 곡을 연주할 수 있었어요.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었던 곡이었습니다. 그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되었을 친구를 생각하며, 그와의 약속을 지킨 것에 뿌듯함이 밀려왔었고, 생각해보니 내 친구는 고맙게도 실력 없는 나에게 오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는 곡을 부탁하여 오히려 나에게 열심히 배우라는 동기부여를 한것으로 생각합니다.

8. 한국오토하프협회(KAAG)의 계획과 비젼은?

한국오토하프협회는 봉사와 협력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연주하며 공연하지만, 소외된 곳과 교도소, 양로원 등을 방문하여 음악을 통한 소통으로 밝고 희망찬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아여모와 비슷하게 음악을 통해 봉사하는 단체입니다. 나아가 뉴노멀 디지털 세대로 인한 정서적 피폐함이있는 곳에는 부드러운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비젼 달성을 위해 GLOBAL KAAG의 도약을 위해 힘써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일정으로는 오는 11월 5일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 돕기 콘서트'로서, 100여 명의 회원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함께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꿈을 크게 꾸어라. 비록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꿈을 끄집어내세요. 그리고 지금 시작해 보세요. 작은 것부터.

시간은 곧 흐르고, 어느새 그 꿈이 눈앞에 있을 겁니다. 망설일 때가 기회입니다. 절대 찾아오지 않을 한가한 시간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시작하세요. 각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희망과 가치를 찾아 도전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