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한인회는 존재해야 하는가? -한인단체 진단 시리즈(1)

전 세계 여러나라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을 흔히 한국의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부른다. 자의든 타의든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지역에서 집단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각 지역마다 해외 한인들은 '한인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동족간의 결속을 다지면서 소속된 사회로 부터 한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전 세계에 460여개의 한인회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이민을 왔는데 언어도 통하지 않고 생활문화가 생소한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민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이 절실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럴때 한인회와 같은 한인단체들이 발벗고 나서서 실생활의 도움을 주는 등 한국인들만의 '상부상조'정신이 깃들은 좋은 전통을 유지하기도 했다. 또한 주류사회로 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을 대변하여 저항하거나, 본국에 홍수 등 대형재해가 발생하면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역할도 각 지역 한인회가 나서서 봉사를 해왔다.

문제는 이 한인회에 '권력'이라는 독소가 들어가면서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각 지역 한인회장 선거철이 되면 선거자금이 10만달러가 넘게 들어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그런 거금을 들여서까지 꼭 한인회장을 해야 하려는지 의문도 들지만, 명예욕(감투욕)에 사로잡히는 권력 지향의식이 우리 민족의 저변에 깔려있는 모양이다. 어느지역이나 10%도 안되는 투표율인데도 한인회장에 당선되면 본인이 그 지역 한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도 되는 양 골목대장 행세를 한다.

한인단체들이 이 '권력'을 동경하게 된 바탕에는 외국을 찾는 본국 정치인들에게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외국에 나오게 되면 그 지역 한인회를 먼저 찾는다. 그들이 한인회라는 명칭의 단체를 통해 해당지역 한인사회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가 보다. 한 예로 재외국민투표권이 시행될 즈음에 수 십명의 국회의원들이 북가주를 방문했다. 물론 투표율이 5%도 나오지 않자 이제는 찾아오지도 않지만...

북가주에 있는 5개의 한인회의 대부분이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지난 팬데믹기간 동안 기존 한인회는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반성을 했으면 한다. LA한인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위해 실업수당과 연방지원금 등을 신청하는 도움을 줬는데, 북가주 한인회들은 선거를 못한다는 핑계로 회장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데만 급급했다. 이런 현실들이 한인회의 무용론이 고개드는 이유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