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최의 행복한 쉼터] 태클을 걸지 마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단 한가지만 빼고는 팔방미인이다. 말 그대로 공부도 일등, 운동도 일등이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그림조차 붓 가는 대로 그렸을지언정 작품은 없어서 못판다. 인물로 치자면 요즘시대에 각광받는 조각 얼굴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고혹적인 한국적 분위기에 매료가 된다. 게다가 쭉쭉 빵빵 잘 뻗은 신체는 좋은 DNA만 골라서 물려 받은 듯싶다.

그런데 이런 그녀가 걸어온 삼십 사 년의 인생을 들여 다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다른 이들이 땅 짚고 헤엄쳐서 가는 쉬운 강도 그녀의 삶에 있어서는 자유형 평영 접영까지 총동원해야 통과되는 사연으로 가득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의 만남도 어쩌면 그렇게 순탄하지 않은 지 툭하면 불이익을 당한다. 똑똑하고 야무져 보이는 그녀의 인상과는 달리 늘 손해를 자처하며 사는 그녀의 모습에서 매번 내려 놓음의 극치를 본다.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엔 심오한 뜻이 있다며 해석하는 그녀를 향해 구차한 변명은 접어두라고 항변하고 싶을 정도다.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그녀는 항상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그녀에겐 1년 365일이 Thanksgiving 이요 Christmas다. 가까운 지역의 배고픈 이웃들을 시작으로 한국의 고아원, 멕시코, 아프리카 등 먼 나라의 오지까지 기차처럼 달려가는 그녀의 마음엔 브레이크가 없다. 통장의 액수에 따라 맑음과 흐림으로 판가름 되는 내 기분과는 완전 거리가 멀다. 드디어 그녀가 죽을 힘을 다해 모든 공부를 마친 뒤 투명한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인으로 일하게 됐다. 얼마나 반가운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웬일인가. 화려한 꽃 길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뜻밖에 찾아온 사고로 인해 그녀는 다시 추락을 하고 만다. 세상 말로 재수가 되게 없다.

그러나 그녀는 차원이 다르다. 허리를 다쳐 침상에 누워있으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래 실력은 거꾸로 일등자리를 석권하니 들어야 하는 내 귀는 참으로 곤욕스럽지만 그녀로부터 전염된 행복바이러스는 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노래를 뒤로 하며 부스터 샷을 접종하러 문밖을 나서는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영적 백신을 나 또한 필히 접종해야 함을 말이다. 인생에서 tackle이 걸렸을 때 되받아 치는 건 flex 항체 라는 것을 숙고한다.

에스더 최(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