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그네

갑자기 추석 어느 날 산에 올라가 그네를 탔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8살이나 9살 쯤이었든 거 같다. 작은 바닷가 동네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피난 오신 아버지셔서 가까운 친척도 오가지를 않아,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온종일 식구들과 TV 속 흘러간 영화를 보았다. 점심을 먹고 긴 낮잠을 잔 후, 용돈을 챙겨 슬며시 초등학교 뒤편의 낮은 산으로 올라간 것이다. 기억으로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 차례가 되어 커다란 나무에 새끼줄로 단단히 묶어놓은 그네에 올랐다. 누군가가 어리다고 위험하다는 소리도 기억난다. 그래서 안아 올려준 두발을 나무 판 위에다 얹고 꼭 붙잡으라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밀어주면, 스스로 무릎과 배로 힘을 주어 더 높게 바람 속으로 날아간다. 순간, 발아래 살고있는 동네가 보이고 하늘을 난다는 자유와 통쾌함과 함께 강한 바람에 가슴이 벅차고 뭔지 모르는 짜릿함을, 지금도 그 느낌에 휩쓸린다. 아무도 모르는 은밀함과 하늘을 나는 심장이 움찔거리는 순간을 잊지 못해, 몇 년 동안을 그렇게 몰래 명절날이면 비밀스럽게 다녔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또 언제 그만 가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몇십 년을 기억 속 설합 속에 묵혀 있었던 것이 툭 하며 튀어나온 것이다.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을 만난다. 몇 년의 한번 겨우이지만, 오랫동안 가장 많이 깊게 연결되고 있는 친한 친구의 엄마가 아주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런 기억이 낫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순간에 마주쳐 떠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참 슬프다. 나도 몇 년 전, 봄 중에 가장 추운 . 눈 내리는 3월의 병실에서 엄마를 보낼 준비를 하며 힘들어했었다.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사랑했고 살가운 엄마가 아니었기에 늘 서운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 엄마를 오롯이 혼자 삶에서 떠나보내는 준비를 한 것이다. 세상은 흘러 흘러 또 앞으로 나아간다. 비록 어릴 적 추억에 젖지만 나 또한 어느 날은 그렇게 작별하며 떠날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들이 감싸고 또 작별하며 그네를 타듯 훨훨 날개를 달고 더 높은 곳에 오를 거라는 상상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무릎 꿇는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