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수필과 작품 감상 코너

가보지 않은 길 글 김해연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 유명한 노벨 수상자인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고 한다. 난 무엇을 위해서 지금까지 마냥 시간을 제멋대로 넘쳐 흘러가게만 하고 있는 것일까? 익숙하지 않은 낯설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편안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아니 게으름 때문일 거다.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게 온갖 핑계로 덧칠하며 살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더 이상의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 나이로 되돌아와 버렸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 맞이하는 아침의 날도 가보지 않은 새 길이지만, 그 오늘은 새롭고 불편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하루를 다시 시작하며 오늘은 더 잘하려 애써 보는 것이다. 하루가 잘 못 된다고 일 년 내내, 평생을 잘못되게 살지 않듯이 그냥 부딪혀서 가보는 것이고, 망설임보다는 작지만 따뜻한 자신을 향한 격려를, 용기를 주면서 가보고 싶다. 일상의 먹고 자고 또 생활해야 하는 기본인 숨 쉬는 것의 - 살아간다는 것을 해결하고 나면, 무언지는 모르는 그 헛헛한 목마름에 한 밤을 뒤척이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 왜 살고 있고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의 벽에 부딪혀, 뜻하지 않은 후회의 눈물도 자책과 함께.
그냥 이렇게 마냥 살아야 한다는 것에만 매달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스스로 이루어가고 지켜야 하는 그런 삶의 길이 꼭 있을 거라는 늦은 자각이다. 새로 맞이하는 오늘이 두렵지 않듯이, 그래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무서워 말고 가 보는 거다. 어쩌면 길을 잃고 헤매는 날이 오더라도 그냥 맨땅에 주저 앉아 울면서 후회하는 날이 있을지라도 가보는 것이다.
모르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넘어져 무릎에 생채기가 날 때도 있고 엉뚱한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이것이 행운이 되어 또 다른 뜻밖의 길을 찾게 되고 또 다른 신비한 만남도 생기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잘 가든 길만 걸어가면서 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대로 습관처럼 살다가 가고 싶지 않다. 미처 가보지 않은 또 다른 길이 바로 내가 가야 하는 운명이 될지도 모르니까. 머뭇거리지 말고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 그래도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흉내는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