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미대륙 횡단 겨울여행
사람의 오감 중에서 시각은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다 청각, 미각, 촉각 그리고 후각 중 가장 여린 감각이 후각이다. 아무리 좋은 향기도 계속 맡으면 몇분 후엔 느낄 수 없게 된다. 후각은 신선한 공기로 정화 시키지 않으면 감각을 모른체 그대로 정체되고 만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닐까? 무언가 변화가 없으면 감사함도, 즐거움도, 흥분도 계속되지 않는다.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인생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게 된다. 신선한 변화로 인생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다. 여행이란 이름만 들어도 미지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2000년 12월 18일 회사 친구 샌디와 전 미국 자동차 일주 여행을 계획했다. 샌디는 홍콩에서 온 중국인 2세인데, 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이다. 우리의 2주간의 여행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샌프란시스코 => 요세미티공원 => 그랜드캐년 => 옐로우 스톤 => 시카고 => 버팔로=> 보스톤 => 뉴욕 => 필라델피아 => 워싱턴 DC => 플로리다, 디즈니 월드 => 마이애미 해변을 거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미 북부와 동부로의 여행! 우리는 AAA에서 도로 지도들을 모두 챙겨 가지고 허츠 렌트카에 네비게이션 옵션으로 구체적 여행 예약은 하나도 없이 여행을 시작했다.
많은 친구들이 겨울에 미 북부를 여행하는것은 무척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나는 무료한 남부지역 보다는 북부 쪽을 선호했다. 샌디는 내 의견에 무조건 동의했다. 운 좋으면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뉴욕에서 만끽하리라는 상상을 하며, 이 여행을 "2000 Great America Journey" 로 이름을 붙이고, 여행 중에 주 경계선의 주 광고판이 나오면 사진을 꼭 찍어서, 얼마나 많은 주를 통과 하는지 알아보자고 했다. 하얀색 SUV를 빌려서 여러 가지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가득 채워넣었다. 샌디와 함께 근무하던 레드우스쇼어에 위치한 오라클 회사 앞에서 출발기념 사진을 찍고 미지의 겨울여행을 떠났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었는데, 공원입구로 들어가는 길이 폭설로 구간구간 막혀있었고, 조심스럽게 절벽길을 따라 공원에 들어갔다. 요세미티 공원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아와니 호텔에 묵었는데, 1층에 마련된 다이닝 홀에서 저녁을 먹으려 내려갔다가, 평상복 차림이었던, 우리는 다시 옷을 바꾸어 입어야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백 여 개의 원탁 테이블과 식당 전체가 수많은 촛불로 장식되어 있었고, 깊은 산중의 호텔이라는 것이 무색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턱시도와 긴 드레스 차림들이 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촛불이 가득한 식당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눈쌓인 깊은 산속에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화려한 파티가 열린 것 같아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 공원 안에 겨울에는 운영을 안 하는 꽁꽁 얼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마치 아이스 하키를 하듯이 둘이서 재미있게 골프를 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수십마리의 사슴떼가 나타나 우리 곁을 도도히 지나쳐갔다. 야생에서 동물무리를 보니 무섭기도 했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 위에 당당한 자태가 무척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랜드 캐년에서는 한량없이 넓고 넓은 골짜기를 바라보며 하이킹을 하고, 조그만 인디언 가게에서 동물털로 만든 작은 악세서리 하나를 샀다. 유타주의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릴때 주위에 둘러서있는 빨갛고 노란 커다란 언덕들은 붉은 노을 속에 정말 아름다왔다. 옐로우 스톤에서는 몇 번씩이나 수백마리의 버팔로 떼를 보며 스노우 모빌로 온 세상이 눈으로 가득한 산속을 신나게 달려가, 눈에 뒤덮인 조그만 캐빈에서 따뜻한 핫 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은 정말 이세상의 말로 표현 할 길이 없다. 수백 마리의 버팔로가 눈 쌓인 벌판에 떼지어 움직임도 없이 그림같이 서있고, 그 사이에 눈이 새까맣게 반짝이는 은빛여우 한 마리가 눈밭속을 달려가는 무습은 지금도 잊을수 없을만큼 인상적이다. 와이오밍주의 아주 조그만 마을에서 기름을 넣을 때에는 여러 명의 주민들이 우리들을 신기한 듯 우리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지나쳐갔는데, 내가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도, 인사는 받지 않고 나를 신기한듯 바라보며 지나간다. 그 작은 시골 마을에는 아시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마을, 손님이 아무도 없는 조그만 식당에서 유리창에 비치는 반짝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분좋게, 달걀 2개와 따뜻한 차로 아침을 대신했다.
우리는 낮에는 시내곳곳을 잠깐 둘러보고 거의 매일 밤새 운전을 계속 했다. 많이 피곤할 때는 거의 고속도로 주변의 자동차 쉬는곳에서 2~3시간 정도자고, 한명씩 교대로 운전을 계속 했다. 점심도 달리는 도중 햄버거를 사서 먹곤 했다. 시카고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눈이 내리기 시작 했다. 편도 1차선의 가파른 산길을 달려 가는데, 근처에는 마을도 없고 마침 내가 운전하는 순서가 되어 친구는 잠들어 있었고, 오른쪽은 가파른 절벽이고, 눈 쌓인 길은 너무 미끄러워 차가 뒤뚱뒤뚱 했다. 게다가 갑자기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면서 앞길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깜깜한 밤 외등도 하나 없는 미끄러운 산길을 가자니, 한 시간 이상을 시간당 5마일 정도로 주차장 내의 속도보다도 더 느리게 차를 움직였다.
옆에는 친구가 천사처럼 편히 자고 있는데, 나는 정말 너무 무서워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저절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고, 그 곳의 작은 산장에서 따뜻하게 벽난로를 펴놓고 하룻밤을 편히 쉴수 있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방향을 남쪽으로 돌렸는데, 정말 신기한 것이 한 십여분 정도 달려 언덕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그곳은 완전히 봄이었다. 눈은 찾을 수 없고 황금색 넓은 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들판을 몇 시간이고 달려 시카고가 가까워지자 다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고, 시카고 약 100마일전쯤 고속도로에서 우리차가 몇 번 방향을 잃고 빙그르르 미끄러지다가 오른쪽 내리막길의 갓길로 두번을 굴러 거꾸로 눈속에 차가 박혀 버렸다. 우리는 안전벨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밖에 쌓인 눈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시후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웅성웅성 들리고, 주위를 달리던 트럭 운전사들이 눈길을 걸어내려와, 유리창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묻고는, 찌그러진 문을 열어, 우리를 눈 속에 찌그러진 차 속에서 구출해주었고, 잠시 후 도착한 경찰이 우리를 경찰차에 태워 근처의 숙소로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조그만 상처조차 없었지만, 하얀 SUV는 거의 폐차할 지경이 되었다. 무사히 살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친구는, 너무 놀라서, 그냥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지고 말했지만, 나는 어려울 수록 계획대로 하자고 친구를 설득했다. 결국, 다시 빨간색 승용차를 렌트 했고, 시카고에 도착했다. 시카고 같이 큰 도시에서는 좋은 호텔에서 지내는것이 안전 할 것같아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는 전망 좋은 강가에 자리잡은 하얏트 호텔이 투숙했다. 깜깜한 밤 커다란 유리창 밖 도심을 흐르는 강주위에 수많은 노란색 가로등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면서 잠을 청했다.
뉴스의 일기예보를 들으니, 버팔로와 보스톤 지역에 폭설이 온다고 하여 시카고에서 더 북쪽의 버팔로로 가려던, 처음의 계획을 바꾸어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에 도착하니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뉴욕의 맨하탄 전체가 온통 성탄장식으로 뒤덮여있어서 들뜬 기분이 되었다. 박물관에 들러 섬세하고 정교하며, 품위있는 유럽의 조각, 그림, 가구등을 둘러보며 즐거운시간을 보냈다. 성탄절 아침일찍 근처의 조그만 교회의 성탄 예배에 참석했다.
필라델피아엔 많은 높은 빌딩들이 오래된 역사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도시전체가 무슨 골동품 가게같은 조금은 음산하고 낡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워싱턴 DC에서는 쌀쌀한 날씨에 2시간을 밖에서 기다려 백악관을 둘러 보았는데, 여러 개의 방들을 고급스럽게 장식해 놓았다.
엄청나게 큰 링컨동상, 미국을 위해 숨진 많은 어린 군인들의 묘비를 보며 애도의 마음을 가졌다. 밤에는 워싱턴 백악관 앞 광장 전체에 각 주를 대표한는 50여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밤을 밝히며 반짝였는데, 사람들로 붐볐다. 캘리포니아주 트리는 붉은색 위주로 단순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12월로 다른 지역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플로리다에 도착하니 여름이었다. 디즈니 월드, 마이애미 해변에서 어린아이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마음에 들고, 살고 싶은 곳은 웨스트 팜 비치였다. 겨울을 전혀 느낄수 없이 따듯한 해변을 끼고 형성된 마을에 넓고 아름다운 집들, 귀여운 몇몇의 어린아이들이 해변에서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동화 속 장면같이 아름다왔다.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려던 계획을 바꾸어, 미국 남부를 돌아 미국을 자동차로 완주하기로 결정하고 남부를 향해 달렸다.
넓고 건조한 평야 지역으로 이루어진 길을 달려 뉴올리언즈로 도착하니, 항구를 둘러싼 색다른 상점들, 유럽풍의 발코니가 있는 건물들, 조그만 공원근처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 거리의 악사, 카니발용 현란한 마스크와 장식품들이 특이했다. 새우 요리와 뉴올리언즈의 스프가 정말 별미 였고, 프렌치 쿼터의 프랑스 모자가게에서 고급스런 모자를 많이 써 보고, 광장에 그림을 그리는 젊은 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야외 식탁에서 뉴올리언즈 스타일의 맛있는 새우요리를 먹었다.
휴스턴, 샌 안토니오를 통과하는 길은 미 남부의 여유로운 넓은 광야 자체 였는데, 도시라고는 하지만 색다른 조용한 여유로움이 있었다. 텍사스에서는 곳곳에 텍사스인들의 강한 프라이드를 보여주는 재밌는, “Don’t Mess with Texas”라고 쓰인 각종 기념품이 있었는데, 나는 냉장고용 마그네틱을 하나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한동안 광야의 길을 운전하여,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샌디에고 동물원의 빨간 훌라밍고들이 오랜 여행으로 피곤한 우리를 반겨주는것 같았다. 복잡한 LA를 둘러보고, 아름다운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샌프란시스코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일정은 약 15일이 걸렸는데, 28개의 주 표시판 앞에서의 기념 사진을 찍었고, 아름답게 펼쳐진 대 자연과, 사슴, 버팔로, 여우 등의 야생동물들, 멋지고 현란한 도시들, 눈쌓인 도로에서의 자동차사고, 화려한 맨하탄의 크리스마스, 플로리다의 해변, 4계절이 동시에 공존하는 미 대륙의 장엄함을 경험했다.
우리의 미 대륙 횡단 겨울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눈 덮인 깊은 요세미티 산속에서 비밀스런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기도하고, 자동차가 두바퀴 굴러 거꾸로 박힐 때도 있고, 멋진 샹들리에가 있는 백악관을 방문할 때가 있으며, 조용한 해변을 거닐때가 있지만, 어느한 순간도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아름답고 경이롭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인생이란 귀한 선물, 샌프란시스코 저널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 진솔하고, 따듯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깊고 풍성한 인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