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거꾸로 본 세상

머리를 아래쪽으로 둔 체 세상을 바라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매일 곁에 있든 똑같은 것들이 새삼 낯설고 이상하다. 오랫동안 허리가 좋지 않아 조심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 심한 통증이 오면 평소의 사소한 일들이 아주 큰 일이 된다. 그런 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세수하고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는 작은 일상의 일들이 대단한 것들로 변신한다. 늘 하든 그대로 하면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자랑할만한 일이었든 것이다. 우연히, 허리를 붙들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을 본 누군가가 거꾸로 서 있는 운동을 하면 좋다기에, 매일 아침저녁, 기구를 이용하여 머리를 땅 쪽으로 내리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처음엔 무서움과 어지럼증에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저절로 눈을 뜨고 뒤집힌 세상을 본다. 언제나 벽에 걸려 있던 그림들과 커다란 거실의 문짝과 거미줄이 보이는 높은 천장을 한 번도 눈여겨 본 적이 없었는데 새롭다. 그렇지, 세상은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것인데 난 앞으로 바라본 세상만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던 것이다. 갇혀있는 고정관념과 선입감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한쪽으로만 보면서.

알고 있으며, 배웠으며, 경험한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열려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습관처럼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나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의 옷차림과 얼굴 모습과 말투등으로 짐작하고, 물건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그것의 가치보다 성급하게 상표를 보고 결정한다. 세상 속의 사람이나 사물이나 모든 것은 다 변해가는데 여전히 난 고정관념에 묶여 멈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몇 달 동안 얼굴을 땅 쪽으로 놓고 있는 운동 덕분인지 허리는 조금씩 나아져 가고, 난 더 자연스럽게 뒤집혀 있는 사물들을 본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 인식 안에 굳어져 선입감으로 마주치든 일상 속의 모든 것들을, 새로운 각도로 다르게 볼 여유도 생겨간다. 변하지 않으면 고인 채로 썩어간단다. 세상의 흐름에 굳이 함께 따라갈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변하고 있고 어떤 새로운 인식들이 달라져 가고 있는지, 열린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며 사는 훈련과 연습도 필요한 거였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