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인생 사용 설명서 김홍신

제목이 참 좋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든 "사용 설명서"이다. 결코 전혀, 작지도 않은 나이인데도 여전히 배우고 느끼고 또 감동 받는다. 그 책 한 권을 들고서 다시금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그 자체가 고맙다.

물론 작가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늘 우리가 주변 어디에선가 들었었고 또 읽었던 평범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우리 각자의 마음속 나름 품고 있었던 생각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서로 만들어 놓았다. 나를 사랑하라고 오직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라고, 감사의 마음을 품고 세상의 일들을 받아들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해준다. 그렇지만 삶은 커다란 일보다 작고 사소한 일들에 더 많이 상처받고 속상해하며 마음속 안에 상처와 흉터를 남겨 놓는다.

내게도 오래전 절대로 아물지 않을 거라는 상처와 흉터가 있었다. 전혀 대항할 마음이 없었기에 작은 방패조차도 들지 않은 채로, 무수한 화살을 제대로 오랫동안 받은 채 쓰러져 한동안 많이 아팠었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건강도 좋지 않아 매일매일을 간신히 버텨가며 사춘기의 아들 하나 껴안고서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상황에,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자신의 편안함과 부유함과 건강함을 마음껏 뽐내며 자랑했었다. 말 한마디에 몸짓 하나에 눈빛 하나로 그토록 인간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시간은 많이 흘러갔고 나도 많이 변했고 물론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그 가슴 속에 박혀있었던 화살들은 세월 때문인지 아니면 나 자신이 성숙해지면서 치유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흉터조차도 남아 있지 않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돌보지 않으면, 세상 누구에게도 그렇게 대접을 받을 거라고 받아들이면서, 이해하며 용서했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하고 내가 행복해야 세상살이도 행복해진다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진리도 배웠다. 그 어떤 공부와 훈련과 연습보다 더 값지게 내 인생의 사용 설명서를 터득한 것이다.

지금도 때때로 비가 오는 날이면 슬슬 흉터 자리가 가렵다. 날씨 탓인지 괜스레 그 가려운 자리를 다시 열어서 보게 된다. 그러나 더이상의 상처가 아닌 교훈으로 그 자리를 바라보게 된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