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사랑 그리고 예술

진정한 예술 작품은, 긴 시간의 힘든 인내와 삶의 고뇌가 더불어 외로운 창작의 고통에서 나오는 거라 한다. 그리고 그런 작업 속에서 깨어있는 예술가는 늘 춥고 배고프며 외롭다고들 한다.

결혼 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친구분들에게 늘 그러셨다. "우리 딸은 사랑에 빠져서 예술을 못해요." 하시면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남다른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셨나 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말씀하시는 춥고 외로운 예술가를 경애하고 두려워하며 또한 더 멀리 있으려 했었다.

이제 어느덧, 두려워하며 서성이고 있던 그 예술의 문 앞에서 간신히 고리를 잡고, 문턱을 넘어서려 애쓰고 있다. 가끔은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어, 눈 밑의 거뭇한 주름 길게 달고서 온 머리를 다 흔들고, 무엇 하나라도 써보려 하얗게 새벽을 보기도 한다. 감히 어찌 예술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을까마는, 내게 있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작은 기도이며 구원이다. 무엇을 원하고 또 해달라는 소원의 간절함이 아니라 감사의 감사로서 올리고 싶은 무조건적인 겸손함이다. 꼭 그런 힘든 고통 속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조금은 덜 춥고 덜 배가 고프며 덜 외로운 지금의, 넘치는 감사 안에서 만들어가는 나름의 작업들을 난 사랑이라고 하고 싶다.

남은 딱 하나의 간절한 소망은 - 한참을 모자라는 인내이더라도, 높은 삶의 고뇌 속에 있지 않더라도, 간절한 사랑을 넘치게 받아 외롭지 않더라도 ? 꺼지지 않는 창작의 열정 안에서 진정한 예술작품을 단 하나라도 남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