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누군가가 들려준 김대규 시인의 '가을의 노래'라는 시의 몇 구절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때문에 집을 떠난 뒤 긴 시간을 돌아 지금 여기까지 와있다. 문듯 운전을 하다 해가 너웃너웃 지며 빨갛게 물들어져 가는 하늘을 바라보면,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아 서둔다. 집 떠나 살든 어린 마음속에 혼자서 외로워하든 그때가 떠올라, 솟구치는 이상한 두려움으로 얼른 나의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의 씻김에 많이도 무뎌지고 희미해진 감정들이지만, 아직도 가을이라는 글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외롭고 또 보고 싶다. 굳이 가을이라는 변명으로. 못다 한 외로움, 그리움을 - 올해도 똑같은 쓸쓸함으로 덮고 나면 언제나처럼 되돌아올 것이지만, 난 지금 그냥 떠나서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보련다.
이제는 아주 나이 많은 엄마 앞에서 다시 어린 딸로 다가가 기대어도 보고 싶고, 부끄럽지만 함께 손잡고, 함께 웃으며, 함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지내고 오고 싶다. 나 또한 저렇게 엄마처럼 나이 먹으면서 살게 될 거라는 멋진 자화상 보면서, 정말 기쁘고 행복한 가을의 노래를 실컷 불러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