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세월여류(歲月如流 ) 라고 했던가요. 참으로 세월은 빨리도 흘러가고 있네요. 일부러라도 시간을 세지 않으려 무심한 듯 봄의 꽃 비도 맞았었고, 끝날 것 같지 않았든 여름의 뜨거움도 좋아하려 했었고, 가을의 진홍색 감들이 이미 익어 농해가는 것도 모른 척하며 일부러 열매를 따지도 않았는데도 결국 차가운 겨울비와 함께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숫자를 바꾼 체 환한 모습으로 새해는 왔습니다. 무엇을 하였으며 또 무엇을 따로 하여야 한다는 압박감은 가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른 시간은 나를 재촉하며 등을 떠미네요.
마음 밭에 서성이면서 작은 무어라도 하나 키우고 싶어 책상 앞에 앉아 봅니다만, 금세 허리도 다리도 저려 그만 바깥의 소리와 냄새와 재미있는 딴 짓거리로 마음이 팔려 멍하니 있습니다. 아무려면, 맛 나는 거 먹으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거보다 신 나고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혼자 있음 마음속 구석 자리의 바람 소리가 싫어 얼른 다시 책상 앞으로 다가갑니다. 내심 좋아서 즐기면서 하여야지 하며 진정 주인인 척 여유 부려 보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갈 때도 있네요. 그래도 다 내려놓고서 즐기렵니다 그래야 나의 여유가 오히려 거름이 되어 더 단단한 열매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같은 정열을 가진것도 아니고 예술을 위해 피나는 고통의 순간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만, 하고 싶다는 간절함만은 미처 파 보지 못한 우물 속의 물처럼 오랫동안 흐르고 있었고 언제나 내게 목마름의 갈증을 적셔 주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끝을 맺는 마침표를 아주아주 한참 뒤에 찍는다 해도 늦지 않을 것이며 이 모든 게 바로 나의 것, 나의 몫으로 허락된 것이라 믿으렵니다. 그리고 수 없는 날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하여도, 마냥 시간만 세며 초조해하는 거 보다 이제는 이토록 빨리 흐르는 세월을 아끼면서 작은 열매일지라도 단단하게 새롭게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그냥 저절로 시간이 가면 되는 것이 아닌 - 진정 새로운 것이 영글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