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엄마와 아들
토요일 오후, 영국의 찰스 황태자 대관식을 보면서 너무도 많이 나이든 왕의 모습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왜 엄마 여왕은 아들 왕자에게 이리도 늦게 왕위를 물려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10살에 왕세자로 시작한 세월의 65년을 오로지 왕위를 이어받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다른 어떤 것도 꿈꾸지 않았을 것이고 엉뚱한 희망도 품지않았으며, 다만 엄마의 결단만을 기다리면서 살았을 것만 같다. 과연 그는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으로 기다리면서 버텼을까 싶어,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무거운 왕관을 쓰고 있는 찰스라는 사람에게 아픔이 스쳐 갔다. 엄마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아들의 - 남들은 은퇴하는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은 상황이 왠지 슬프다. 인생의 알 수 없는 여정이 이미 10살 때부터 정해져 있으며 .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여 연습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또 어떤 직업으로 살아가게 될 거라는 상상도 희망도 없이 - 오로지 왕이 된다는 것하나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오늘 마침내 왕이 되면서 과연 행복한지 묻고 싶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처럼 왕이라는 명예와 책임의 무게를 버티려면 당연히 버려야 하는 것도 많겠지만, 엄마와 아들의 관계마저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서 읽은 구절이다. "도처에 찰스 황태자가 많다." 그처럼 여전히 어른은 되었지만, 왕자로서만 살고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어쩌면 엄마 여왕은 모성보다는 왕관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고 끝까지 여왕으로만 살고 싶었나 보다. 먼저 가진 자는 오래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고 또 조용히 지나가는 것들을 기억해 주기보다 잊혀지는 것이 싫은, 먼저 가진 자의 욕심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엄마가 되는 날 또 나의 엄마는 내게 아들 앞에 무릎을 꿇고 평생을 바친다는 맹세를 하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그때는 엄마의 웃음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그렇게 살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되돌아본다. 그때의 갓난아기에게 한 맹세를, 난 어떻게 지켜가고 있으며 어떤 엄마의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어떻게 그애를 나의 품에서 당당한 어른으로 보내주려 하는지.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