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수필과 작품 감상 코너

포도원에서 진행되는 결혼식.

태양의 열기는 해 질 무렵인데도 뜨거웠다. 이 뜨거운 여름날, 한껏 차려입고 초대에 응한 나는 높은 하이힐의 고통도 잊은 채 그저 눈물이 흐름을 막을 길 없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랑으로 포화되어 있는 그 곳에서, 내 가슴의 한켠에서 일고 있는 아련한 파도 - 화려한 꽃들 위로, 눈부신 자리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나간 나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힘들지도 슬프지 않았는데도, 진실로 행복하고 마냥 꿈같이 흘러간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가 없음이리라. 무모했고 소중함도 감사할 줄도 몰랐기에 그저 뜨거운 청춘으로 아팠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 화려한 순간들이 지난 후의 빈자리가 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나는 애써 이 모든 영상을 지워 버리며, 이 아름다운 한 쌍의 주인공들이 이제는 둘이서 함께 가야만 하는 날들의 오랜 여정을 생각하며, 온 마음으로 축복해 주었고 꼭 행복해야 한다고 힘껏 품어 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상상해 보았다. 누가 내게 다시 그 시절의 그 나이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았다. 젊음의 온갖 반짝이는 아름다움에도, 돌아가고 쉽지는 않았다. 그 때의 의미 없는 방황과 청춘의 허비와 무지...비록 그 하나하나가 내 뼈와 살 속으로 스며들어 오늘의 나를 이룩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나로부터, 나로 인해 만들어진 지금의 모자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감사할 수 있는 세월의 무게에 행복을 느끼는 시점에 와 있기에. 하여, 손안의 작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내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삶의 세찬 바람까지를 품을 수 있는 오늘의 여유와 나날이 둥그러져 가는 삶을 가슴으로 나누며 영위하는 이 시간을 축복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모든 인연들이 더욱 더 소중해지며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조금 전 태양의 열기 안에서, 그 포도원의 결혼식장에서 흘린 눈물과는 아주 아주 다른 색감의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