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최의 행복한 쉼터] 자연인

까똑까똑….5분도 채 되지 않아 또 카톡음이 울린다.

이번에는 샛노랑색 서핑보드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하얗게 부서지고 있는 파도와 야자수를 배경으로 온통 검게 그을려 있는 모습은 원래부터 그곳 원주민인가 싶을 정도다. 모래사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른 한장의 사진속에는 코코넛 워터와 바나나 꾸러미가 보인다. 그리고 사진 밑에 써 있는 한 줄의 메시지에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넘 행복합니다. 나는 여기서 뼈를 묻을겁니다"

한 달 전쯤 한국에서 날아온 그의 갑작스런 통보에 나는 좌불안석이었다. 이곳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대기업에서 승승장구 잘 나가더니 다시 미국으로 이주를 하겠다는 거였다. 십 년이상 성실하게 일한 댓가로 직급도 높아졌고 월급도 만족해 하더니 웬일인가 싶어 걱정이 앞섰다. 경제가 어려운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그의 앞길이 심히 염려 됐으나 우려했던 내 생각과 달리 그는 속전속결로 하와이에 짐을 풀었다.

도착 즉시 구두와 넥타이를 집어 던지고 현란한 꽃무늬 셔츠와 줄무늬 샌들을 신은 섬나라 하와이언으로 탈바꿈을 했다. 게다가 비타민 D 섭취를 위해 자동차를 구입하지도 않고 매일 10마일 이상을 걸어 다닌다는 이야기에 한국에서의 화이트칼라 샐러리맨 생활이 지겹도록 고단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다.

오늘도 통화중에 나는 잔소리를 퍼부어댄다.

"얘야, 해수면 상승으로 상어가 떼거지로 몰려 든다는 뉴스가 떴어. 제발 파도 깊이 들어가지마라."
"에구 걱정마셔, 아직은 물이 차가워서 낮은 물가에서만 놀아요"
"너울성 파도도 조심해야 혀"
"엄마. 내가 애냐구. 제발 걱정은 그만해"
"근데 아들아 너 수영은 할 줄 아니?"
"아직은… 개구리헤엄 만 칠 줄 알지 머"
"바다에 나갈때는 꼭 빨강 노랑으로 눈에 잘 띄는 수영복을 입으렴"
"엄마. 진짜 왜그래? 짜증나…"

전화가 일방적으로 툭 끊긴다. "띵~~~"

나는 가 본 적도 없는 마이우섬의 검푸른 바다가 분명히 하늘을 닮은 평화로운 파란색 일거라고 믿어 버린다. 답이 없는 수화기 너머에 대고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얘야. 물고기를 좋아하더니 드디어 바다 자연인이 됐구나. 엄마는 산나물을 좋아하니까 훗날 산으로 올라가야겠다"

에스더 최(수필가)
버클리문학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