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수필과 작품 감상 코너

자화상

4번째 자화상을 그리려 거울 앞에 앉았다.
몇 번의 숫자, 그 변화의 번호가 무심코 내가 살아온 세월의 모습 - 그 하나하나의 의미로 매겨진다. 20대 사랑을 시작하고서 그렸든 제일 처음의 것은, 눈도 코도 얼굴도 다 날아다니고 있다. 그만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랑에 취해 떠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삶의 두려움을 몰라 억지의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모습이다. 두 번째의 것은 온 얼굴의 근육들이 제대로 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체, 산다는 것의 도전에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면서 살던 때의 모습이다. 뭘 그리 눈에 불을 켜고서 살았을까 싶지만 내가 봐도 싫다. 욕심과 오기가 얼굴 밑에 놓여져서 거울 속에서도 바로 제대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의 자화상은 세월도 흘렀고 모든 것이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힘세어 보이고 억세다.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 채, 아직도 자신을 편안히 껴안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네 번째의 얼굴을 그리고자 다시 캔버스 옆 거울 앞에 앉지만, 이제는 두렵다. 지금까지 그렸던 자화상들이 바로 내가 살아온 흔적들이 그대로 보이고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그리는 나의 모습은, 하나의 물체로서 그냥 나라는 것을 내려두고 바로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일부러 포장하지도 않고 얼굴에 새겨진 것들 - 그 속안의 것들인 세월의 자국까지 그린다는 것이다. 바로 나를 드러내어 스스로를 씻어내고 깨끗해지는 고해의 순간처럼 - 잘못된 그때를 기억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는 약속으로 매김 하는 고백인 것이다. 무언가를 들어내지 않고서는 남아있는 공간을 만들 수 없듯이, 나를 드러내고 자리를 비워두지 않고서는 진정한 것이 나올 수 없으리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배워간다. 그냥 내가 지니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보여지는 자화상을 그리는 작업의 숫자는, 얼마나 오래 만들어질런지는 모르지만 계속하고 싶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리라고 믿으면서.

네 번째 나의 자화상 얼굴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표현되어지고 나타나, 또 다시 나를 뒤돌아 보게 하면서, 언제 마지막 내 이름으로 마무리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예쁘고 우아하고 멋지고 아주 환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를 기대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 이 거울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