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폭 Lompoc

해마다 6월이 오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중가주 샌타바바라 카운티에 있는 작은 농경도시 ‘롬폭’(Lompoc) 이다. 인근에 있는 솔뱅(Solvang)이나 샌타이네즈(Santa Inez) 밸리에 비해 관광지로서 그 유명세가 낮지만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타운이다. 해변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1번 하이웨이 주변으로 도열한 오크트리(Oak Tree) 언덕들과 검은색 앵거스 소떼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롬폭 가는 길은 언제 가도 정겹다.

롬폭 가는 길

롬폭은 한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재배 단지로 그 명성이 높았다. 세 계 꽃씨 시장서 거래되는 각종 꽃씨 중 25% 이상을 생산해 내기도 했다. 롬폭의 꽃재배 단지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만발하는 초여름이면 온 시가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꽃재배에 대한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꽃보다는 다른 농산물들이 필드를 매우고 있다. 19세기 초, 한 기독교 단체가 악마와 멀어지기 위해 이상적인 성지를 찾다가 신의 계시로 도시를 세웠다는 이곳은 낮은 구릉에 둘러싸인 분지로 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연중 낮 최고기온이 화씨 70〜80도를 유지하는 날이 많아 꽃을 비롯한 각종 채소를 재배하기 좋은 곳이다.

롬폭은 도시로 들어가면서부터 그 아름다움에 한껏 취하게 되는 곳이다.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가비에타 주립공원 다음에 나오는 1번 하이웨이로 들어가 20분 정도 드라이빙을 하면 타운에 도착하는데 이 산길이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지정한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 중 하나이다.

20분 정도 전혀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진행하는 드라이빙은 도심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전달받는다.

롬폭의 꽃단지는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도시 서쪽 3~4마일 지점에 있다. 꽃들은 6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6월 말 만개되는데 과거에 비해 그 규모가 작지만 꽃밭 가까이 다가서면 황홀한 향기와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송이들로 인해 순간 온 몸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푸근함과 희열이 피어난다.

6월 말 꽃들의 만개와 함께 ‘롬폭 꽃축제’가 23〜27일 열린다. 축제는 26일 오전 10시 H 스트릿과 파인 애비뉴서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퍼레이드로 절정에 달하는데 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가지각색의 꽃차들과 마칭밴드 등이 지나가는 광경이 매우 재미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각종 꽃들과 모종도 구입할 수 있다.

롬폭의 드넓은 화훼지역을 서쪽으로 달려가 보면 아름다운 해변이 나온다. 바닷가에 한적하게 서있는 기차 정거장에 가면 한국의 정동진 역에 서있는 느낌이 든다. 정거장 옆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SERF BEACH의 모래사장과 그 뒤로 태평양의 망망대해가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뚤리게 해 준다. 머나먼 수평선을 향해 끝없이 헤엄쳐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저 바다 건너 그리운 고국땅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