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세상에는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2005년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 가고 있으며,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의 1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천만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생산성과 부의 축적을 자랑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구 한쪽에서는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가 쏟아져서 처치 곤란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하느라 음식을 줄이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저자는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간다.

저자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활동가이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제3세계 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또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 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그런면에서 이론과 실무경험을 겸비하고 있는 보기드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었던 기아의 참상을 가감없이, 그러나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담담한 목소리여서 오히려 더 가슴이 아프다. 또한 이 책은 아빠와 아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의 아픔을 아들에게 알려주고 더 나은 세상을 고민 하도록 도와주고 싶어하는 아빠의 마음이 뚝뚝 묻어난다.

하지만 그렇게 기아의 참상만 전달했다면 이 책은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TV다큐멘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 제목에서 보듯이 저자는 그 원인을 따져 들어간다. 정말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릴까?

유엔에서는 기아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적 기아'란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한 기아를 의미하는데, 가뭄, 태풍들의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상황이다.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로서 생산력저조, 인프라의 부족, 극도의 빈곤, 질병의 만연 등으로 인한 기아이다. 이 두가지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는 것은, 인재(人災)로 인한 기아이다. 정치적인 무능, 부패 같은 것들이다. 기아해결보다는 전쟁준비나 체제수호에 광분하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식량 수입독점권을 가지고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세네갈, 군벌들의 세력 다툼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소말리아 등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보면서 분노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또 한발 더 나아간다. 자본주의나 국가주의의 이면을 들춰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세계시장에 비축된 곡물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곡물메이저회사와 투기꾼들을 비판한다. 그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곡물의 가격을 올리는데, 그렇게 되면 재정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나 국제기구는 돈이 모자라서 기아를 해결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각 나라들이 자국의 농산품의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급을 제한해서 가격을 올리고 잉여 농산물을 폐기하는 것도 비판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 자본주의 전체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다국적 기업의 문제점도 폭로한다. 네슬레와 칠레의 아옌데 전 대통령의 관계를 통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1970년대 당시 칠레는 많은 아이들의 영양실조가 사회적 문제였다고 한다. 소아과 의사 출신이었던 아옌데라는 사람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약했고 결국 당선되었다. 사회주의적인 공약이었다.
그런데 당시 칠레의 분유시장은 다국적 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아옌데는 네슬레에게 분유를 사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슬레는 협력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아옌데의 사회주의적 개혁에 대해 미국이 매우 경계하고 있었고, 아옌데 정권의 사회개혁이 성공해서 중남미 국가들에 전파되면 결국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이 침해받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더 나아가 칠레에 대한 지원을 끊고 운수업계의 파업을 조종하는 등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온갖 시도를 한다. 재정위기와 군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나라는 혼란해지고, 결국 미국의 지원에 힘입은 피노체트에 의해 아옌데는 살해되고, 칠레는 다시 암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당연하게도 영양실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이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기 위해서 많은 나라에서 군부정치를 지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후 피노체트는 15년간 대통령을 하면서 3000명이 넘는 반대파를 죽이고 수천명을 고문하고 추방하는 등 악질적인 정치를 하다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난 시위대에 의해 축출되었다.
이쯤 되면 절망하게 된다. 너무 거대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좌절과 절망만이 남은 건가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저자는 '그래'라고 슬프게 대답한다. 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없는 것일까? 아들은 다시 질문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아빠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 난 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거야. ' 이렇게 아 들과의 대화가 끝난다.
'닥터 노먼 베쑨'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실려 있다. '인간의 질병을 고 치는 의사보다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고수이고, 사회를 고치는 의사 가 최고수이다.'

그렇게 엄청난 기아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거대한 싸움을 하기에 우리 스스로가 너 무 작아보이고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시민운동에 몸을 던질만큼 용감 하지도 않은데,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